[사이언스 인 미디어]혜성으로 위험에 처한 지구…'돈 룩 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 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 업

내 이름이 붙은 새로운 혜성이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한다면?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망원경 속 처음 보는 혜성을 발견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기쁨도 잠시 태양계 내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은 지구를 파괴, 인류를 파멸시킬 것이라는 절망적인 시나리오를 확인하게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 업' 속 이야기다. 인류 멸망의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물리적 충격을 가해 혜성 궤도를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다비아스키와 지도교수 랜들 민디 박사 등 혜성을 처음 발견한 연구팀을 비롯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지구방위합동본부(PDCO), 대통령까지 뜻을 모았다.

혜성의 궤도 변경을 위해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갑자기 미사일 궤도가 달라졌다. 혜성을 선거와 정치에 이용하려는 대통령과 혜성이 가진 자원을 이용하려는 기업가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생긴 결과였다.

빅테크 기업 CEO는 자사 과학자들 분석을 토대로 혜성에서 테르븀, 오시뮴, 디스프로슘 등 첨단 산업에 필수 희소 미네랄을 추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대 후원자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던 대통령은 궤도 변경 프로젝트를 즉각 중단했다. 모든 지구인의 목숨을 건 도박을 시작한 것이다.

혜성은 태양이나 큰 질량 행성 주위를 타원 또는 포물선 궤도를 가지고 도는 태양계 내에 속한 작은 천체다. 긴 꼬리를 드리운 별의 형상으로 우리말로는 '살별'이다.

16세기 덴마크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가 지구 대기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천체 일종임을 밝혀냈고 영국 천문학자 핼리가 혜성이 태양계 구성원임을 입증했다.

혜성 기원론에 따르면 혜성은 행성과 위성이 만들어지고 남은 잔해다. 태양계만큼 오래된 천체로 46억년 전부터 태양계 주변을 날아다녔다. 태양계 바깥 대열에 머물다가 태양 중력으로 서서히 태양계 안으로 진입한다.

혜성은 목성과 같은 큰 질량의 행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궤도가 쉽게 변할 수 있다. 일부 혜성은 태양계 진입 후 다른 행성에 충돌해 부서지거나 아예 태양계 밖으로 사라지는 일도 발생한다.

실제 혜성이 '돈 룩 업'에서처럼 희귀 미네랄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혜성 본체인 핵은 약 15km 이하 크기 얼음과 암석·먼지 입자로 이뤄진다. 물과 이온·이산화탄소 등으로 이뤄진 먼지구름 코마가 핵을 둘러싸고 겉은 수소운이 싸는 형태다.

단테 로레타 애리조나대 교수는 “혜성이 희귀 미네랄로 구성되면 핵에서 빠져나온 기체 코마를 형성할 수 없어 혜성의 특질을 띄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많은 과학자 조언과 경고에도 대통령과 기업인의 결탁으로 막지 못한 '돈 룩 업' 속 혜성은 끝내 지구를 향한다. 대통령과 빅테크 기업가의 기대처럼 혜성은 부를 안겨줄까. 아니면 지구에 파멸을 안길까. '돈 룩 업'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