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미래차 '리콜 시대'

정치연 전자모빌리티부 기자.
정치연 전자모빌리티부 기자.

테슬라가 최근 잇따른 리콜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작년 말 후방 카메라와 보닛 문제로 미국과 중국에서 60만대를 리콜한 데 이어 올해는 안전벨트 경고음과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결함 등으로 90만대 이상 리콜했다. 혁신 자동차 브랜드로 명성이 높지만 크고 작은 결함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자동차는 결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복잡한 구조를 지닌 공산품 중 하나다. 100년 이상 자동차를 만들어 온 유럽·미국 제조 기업들조차 해마다 수많은 차종을 리콜한다. 2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특성상 리콜은 피하기 어렵다.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보급이 이뤄지는 과도기에 자동차 전장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품질 이슈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결함을 신고하고 기업이 이를 수용하며 리콜 대수는 해마다 최대 규모를 경신 중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실시한 자동차 리콜 대수는 293만대로 역대 최다 기록을 넘어섰다. 리콜을 단행한 차종은 2443개 모델에 이른다. 국산차는 71개 모델 175만70310대, 수입차는 2372개 모델 117만50510대가 리콜을 거쳤다.

리콜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전장화 속도와 관련이 깊다. 내연기관처럼 기계장치로 구동했던 부분을 전장화 과정에서 신기술로 대체하면서 안전과 품질 면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보다 단순한 구조를 가진 전기차도 리콜이 빈번하다. 전체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량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전장 부품 수는 더 많기 때문이다. 아직 기술적 완성도가 100% 확보되지 않은 고전압 배터리는 부분 수리가 어려워 전량 교체 리콜을 하는 등 대규모 품질 이슈가 계속 나온다.

업계는 이제 막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자율주행차도 향후 리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자율주행 레벨3 도입을 앞둔 시점에서 기술적 오류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소비자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크고 작은 결함이 리콜과 소비자 피해 보상 등으로 이어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경영상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자 중심 시장인 미국에서는 많은 기업이 리콜 후 소송전에 휘말리며 천문학적 금액을 소비자에게 배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앞으로 리콜은 자동차 제조 기업에 치명적 리스크로 떠오를 것이다. 결국 자동차 기업의 품질 확보는 지속 가능한 경영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과제다.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검증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등 품질 경영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대규모 리콜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미래차 시대를 맞아 리콜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관련 인력과 전문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품질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등 갈수록 늘어나는 리콜에 대응할 정책적 시스템 마련과 투자가 필요하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