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치밀하고 은밀한 진화' 도핑 속 과학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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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하는 1등'. 종반부를 향하고 있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도핑 스캔들로 얼룩졌다.

도핑이란 스포츠 활동에서 의도적으로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컨디션 조절부터 경기 부담감 해소 등 사용 이유는 다양하지만, 스포츠 정신을 위배한다는 이유로 스포츠계는 도핑을 경기력 일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대회에선 강력한 도핑 검사 규정을 운영, 선수로부터 시료를 채취해 금지된 약물을 찾아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과학을 만난 도핑은 여전히 '회색지대'를 만들어낸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역시 도핑은 큰 이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소속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카밀라 발리예바는 이번 올림픽이 열리기 전 채취한 검체 검사 결과 금지성분인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이 나왔다. 올림픽 피겨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이 같은 검사 결과가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지만 발리예바는 주 종목인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출전을 강행하며 전 세계적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도핑 역사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처음 시작됐다. 덴마크 사이클 선수 크루느 에네마르크 옌센이 경기 중 숨졌는데 부검 결과 흥분제 일종인 암페타민 과다 복용이 밝혀졌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동계올림픽부터 도핑 의무 검사를 처음 도입하기 이른다.

도핑 여부는 대부분 소변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투약한 약물 가운데 분자량이 작은 화학물질이 체내 대사 과정을 거쳐 소변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유기용매를 섞어 층을 분리한 뒤 유기용매만 떼어내 휘발시키면 남은 성분이 금지약물에 해당하는지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GC-MS)' 등 방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금지약물이 현재 800종 이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 대회였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규정됐던 300종보다도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종류만 늘어난 게 아니다. 전기적 자극을 주며 지구력 등을 순간적으로 향상시키는 '브레인 도핑'까지 등장해 도핑 검사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과학계에선 '유전자 가위' 기술 발전에 따라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유전자나 혈액을 체내 주입하는 유전자 도핑 가능성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은밀하고 치밀하게 발전한 도핑 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과학기술 활약도 만만치 않다.

기존 도핑 검사시 사용되는 성분 검출 약물을 5분의 1만 사용해도 금지 성분을 찾아내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LC-MS) 기기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과거 검출이 어려웠던 금지성분을 400종까지 판별하며 정밀도도 함께 높였다.

반도핑 분야에서 우리나라 활약상도 눈부시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연구진을 파견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현재 규정된 금지약물을 모두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체내 적혈구 생성을 촉진해 지구력을 극대화하는 '적혈구 생성 촉진인자(EPO)' 복용 여부를 잡아내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과학계는 도핑 역사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강조한다. 도핑 기술 발전에 비례한 반도핑 기술 추격 속도를 높여 공정한 경쟁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금도 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중이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