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벽 허문다”…KT·HDC, 글로벌 통신 표준 개발 합류

세계 231개사 모여 통신언어 통일
한국선 삼성·LG 등 6개 기업 참여

삼성·LG 등 우리나라 대표 가전사에 이어 KT, 현대산업개발(HDC)도 글로벌 스마트홈 통신 표준 개발에 합류했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공룡이 주도하는 스마트홈 표준 작업에 국내 가전, 통신, 건설사까지 동참하면서 대응에 속도를 낸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와 HDC 자회사인 HDC랩스,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업체 삼진은 글로벌 홈 IoT 통신표준 규격 '매터(Matter)' 개발 협의체에 가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코웨이에 이어 매터 얼라이언스에 가입한 우리나라 기업은 여섯 개로 늘었다.

“스마트홈 벽 허문다”…KT·HDC, 글로벌 통신 표준 개발 합류

매터는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 홈 IoT 통신 표준이다. 이 표준은 IoT 기기와 이를 제어하는 플랫폼이 적용 대상이다. IoT 기기는 물론 플랫폼 간 통신 언어가 통일돼 어떤 플랫폼에서도 작동·제어가 가능하다. 즉 구글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홈'에만 연동되던 기기도 아마존 '알렉사'나 애플 '홈팟'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발을 주도하는 민간 표준단체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연말까지 표준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르면 상반기 중 표준 공개가 임박함에 따라 선제적으로 정보를 얻는 동시에 개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의 얼라이언스 가입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참여 기업은 구글, 아마존, 애플, 샤오미, 화웨이, 필립스, 테슬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스마트홈 분야 외에도 전 산업 주요 기업 231곳에 달한다.

경기도 삼성디지털프라자 용인구성본점 쇼룸에서 관계자가 스마트싱스를 시연하고 있다. (자료: 전자신문 DB)
경기도 삼성디지털프라자 용인구성본점 쇼룸에서 관계자가 스마트싱스를 시연하고 있다. (자료: 전자신문 DB)

우리나라는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 삼성전자, LG전자를 포함해 지난해 코웨이가 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KT는 국내에서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활용해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고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협업해 가전과 연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 아마존 '알렉사'와도 연동하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과 협업 강화를 위해 표준 활동에 합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HDC IT 자회사인 HDC랩스는 우리나라 스마트홈 시장을 주도하는 건설 분야에서 매터 대응에 나선다. 국내 스마트홈 서비스는 대규모 분양 시장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스마트홈 서비스가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부상하면서 준비를 위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IoT 솔루션 기업으로 처음 얼라이언스에 가입한 삼진은 스마트 스위치, 스마트 컨트롤러 등 IoT 소형기기를 전문으로 개발·공급하는 업체다. 국내 월패드 1위인 코맥스 역시 가입을 준비 중이다.

기존 가전 3사에서 통신, 건설, 디바이스 업체 등 참여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은 신시장 선점에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매터 파급력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도 표준 적용과 함께 사용자 확보를 위한 차별화 요소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참여 기업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발 빠르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은 여전히 관망 중이라는 평가다.

스마트홈 업계 관계자는 “가장 많은 사용자와 기기 연동을 확보한 구글, 아마존, 애플 등으로 고객이 몰리고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기업이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무섭게 성장할 수 있어 국내 기업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