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태식 과총 차기 회장, '과총 혁신 거듭...새 정부와 보조맞출 것'

과총혁신자문단 구성
과기소통 플랫폼 역할
'2050 혁신 비전'도 수립
국가R&D 민간 참여 유도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

“즐거운 마음으로, 두려움은 접어둔 채 도전에 임하려고 합니다. 회원, 나아가 국민을 위해 과총을 발전시킬 방안을 많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회장이 될 1년 뒤가 기대됩니다.”

지난달 말 선출된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차기 회장은 즐거운 마음으로 취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차기 회장은 할 일이 산적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팬데믹, 기후 위기 등 거대한 변화가 파도처럼 연달아 닥쳐온 시기다. 그동안 과총 체계를 벗어나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야 해, 할 일이 많은데 그 일에 짓눌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차기 회장은 “필요 이상으로 마음이 무거우면, 제풀에 지치기 십상”이라며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도전 거리를 물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본래 크지 않았다고 했다. 이 차기 회장은 2017년 당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시절 한양대와 공동 연구팀을 직접 꾸려 미 항공우주국(NASA) 달 구조물 3D 프린팅 설치 경연대회에 출전, 전 세계 70여개 팀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이력이 있다. 이 차기 회장은 “세계라는 벽에 두려움을 느껴 도전을 접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쾌거”라며 “과총 회장직은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에 이미 착수했다. '과총혁신자문단'을 만들어 정식 취임 후 과총 운영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이 차기 회장은 “대통령과 달리 우리 인수위원회는 1년 동안 운영된다”며 “매주 모여 논의 중인데 정식 취임 시점에는 충분히 많은 구상안을 쏟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정동수 전국총괄 부국장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

-1년 뒤 취임을 앞두고 많은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안다. 특히 그동안 과학기술인 중심을 넘어 국민을 위한 활동에도 욕심을 내는 것으로 들었다.

▲과총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과총 회원을 위하는 것은 당연하고 더 나아가 국민, 나라 전체를 위한 서비스를 하는 것도 크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청소년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2080 소통'을 이루고 미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 제 역할이다. 어차피 무거운 주제 얘기는 이 자리에서 이후 원 없이 할 테니 가벼운 내용부터 말해보자면 영국 '에든버러 국제 과학축제'와 같은 행사를 과총 인근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만들고자 준비 중이라는 것부터 소개하고 싶다.

알다시피 강남역과 선릉역 사이에는 과총을 비롯한 다양한 과학기술 단체와 기관이 몰려 있다. 140여개에 달하는 테헤란로 골목 골목에는 3000개 이상 스타트업이 있다. 과학기술 중심지다.

과학기술과 예술을 연계시키고자 한다. 부끄럽지만 저 스스로 다수 연극에 배우로 참여했고 제작 이력도 있다. 서울공대 연극반 '실극', 경기고 연극반 '화동연우회' 등에서 활동했다. 지금까지 연을 이어가고 있다. 토목학회장 역임할 때는 자체 합창반을, 철도학회장 시절에는 중창단까지 만들었다. 문화 콘텐츠 인력을 충분히 유치할 수 있고 행사에 참여시킬 수 있다.

이미 서울시에 에든버러보다 훌륭한 축제를 만들자고 의견을 전달했다.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과총과 국민이 소통하기 위한 다른 안도 구상하고 있다. 과총이 국민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곳이 될 수 있다. 저변 확장이고 새로운 혁신이다.

-저변 확장을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

▲국민을 위한 과총 저변을 확장코자 하던 중에 우리가 정부에 공적인 과학기술 자문 역할을 했으면 한다. 국민, 나라 전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과총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비롯한 과학기술 연구기관과도 연을 맺고 있다. 저 스스로 출연연(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출신이다. 또 '산·학·연' 가운데 '산' 영역에서도 역량과 네트워크가 있다. 과총에는 약 400개 학회 회원이 있다. 각 학회는 적어도 100개가 넘는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적게 잡아도 4만개 기업이다. 국가 전반 연구개발(R&D) 규모 70% 수준인 산업현장 목소리 역시 우리가 담을 수 있는 것이다.

과총이 네트워크 중심축 역할을 해 국민, 정부 공공 섹터와 연결할 수 있다. 공학은 물론이고 이학, 농수산, 의료, 과기정책 등 다양한 분야 이슈를 찾아내고 소개할 수 있다. 민간 정책 전략연구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소통 플랫폼'이라고 내부적으로는 이름을 붙였다. 어느 정도 차기 정부와도 이런 우리 역할에 대해 알리고 교감을 가졌다.

정부 외교 측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외교부가 세계 각국에 대사관을 운영해 외교 네트워크를 구성하듯 과총도 주요 18개국에 재외한인 과학기술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단순히 기술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전반과 밀접하게 연관된 주요 분야다. 과학기술 외교가 전체 외교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관(정부) 외교 역할이 있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찾겠다.

-과학기술인 대상 서비스는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

▲곳곳에서 이뤄지는 R&D 전체 구조에 변화를 가하고자 한다. '시니어'가 중심 대상이다. 그동안 우리 연구 현장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잘못된 틀을 바꾸고 연구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연구 현장 시니어는 어느샌가 과거 연구수행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어느 정도 연구직 비율을 유지하는 외국과 다르다. 연구계에서 구두닦이를 유래로 연구를 따오는 이를 '찍새'로, 실제 연구를 수행하는 인력을 '딱새'로 지칭하는데 우리나라 시니어 대부분이 찍새로 변모하고 있다. 이 자체로는 별문제가 없지만 R&D 인력이 부족하고 주니어 연구자들이 줄어드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큰 문제로 비화된다.

시니어, 주니어 연구자가 사수·부사수 관계가 아니라 각각 연구 임무를 맡는 그림을 그린다. 시니어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리 과총 과제로 남겨지게 됐다. 시니어 연구자가 연구에 나설 수 있도록 재교육, 배치전환, 새로운 기업과 연결 등을 진행코자 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또 실제 R&D 수행이 가능하도록 조력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당연히 시니어만 생각하지 않는다. 우수한 주니어 연구자, 여성 과학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도 큰 역할로 보고 있다.

크게는 우리 과총을 2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전미과학진흥협회(AAAS)와 같은 세계적인 단체로 육성·발전시킨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제 임기 말인 2026년이 과총 60주년인데 우선 2050년을 목표로 '과총 2050 혁신 비전을 수립'하고자 한다. 과총 미래 100년을 준비하겠다.

-곧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과학기술 발전 손발을 맞추게 됐다. 공약 사항 등 새로운 정책 어떻게 보는지.

▲새 정부 과학기술 핵심 공약은 과학기술 선도국가를 표방한 것이다. 과학기술을 국정 맨 앞에 두겠다는 의지다. 적극 찬성한다. 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위원회 설치를 내세운 것을 포함해 '새 정부는 과학기술인과 함께한다'는 국정운영 철학을 보여줘 기대가 크다. 지난 정부의 과학기술 홀대 경험해 더욱 그렇다.

국가 난제 해결을 위한 정부 R&D 집중투자, 미래전략산업 분야 적극 지원, 기초과학연구에 대한 투자 확대와 제도 혁신, 국가 장기 연구사업 제도 도입, 우주개발 거버넌스 및 추진 기구 정비 등 공약한 대로만 이행된다면 과학기술계가 오랫동안 바라던 숙원이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을 공약으로 세운 이유는.

▲우리나라는 현재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등 3대 인구 리스크를 겪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국가 R&D 전략 수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팍스 테크니카(기술 패권) 시대에 기술 주권 확보가 국가 운명과 안위를 책임진다. 과학기술 선도국가, 즉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전략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 정책과 연계해 R&D 역량을 축적해 활용하는 출연연이 국가 필수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전진기지 내지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목표를 더욱 높게 잡는 것이다. 5대 강국을 넘어 강점 분야에서는 '2대 강국(G2)'을 노려야 한다고 본다. 물론 전 분야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양궁'처럼 우리가 특히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5년이 됐으면 한다.

여기에는 민간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 국가 R&D는 30조 규모지만 민간 영역은 70조에 달한다. 민간을 끌어들이려면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 과총 역할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총은 600여개 단체가 회원인 단체총연합회다. 기업과 네트워크도 탄탄하고 해외로도 뻗치고 있다. 뛰어난 역량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 수행을 탄탄히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선되자마자 과총혁신자문단을 만들어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앞으로의 변화, 새 정부와 보조를 위해 우리 과총이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 준비하고 있다.

정동수 전자신문 전국총괄부국장이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정동수 전자신문 전국총괄부국장이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정리=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태식 과총 차기 회장은
이태식 과총 차기 회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해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서 건설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얻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연구개발위원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과총 부회장을 역임했다. 국제우주탐사연구원장, 에코-BHL CTO, 국제 문 베이스 얼라이언스(International Moonbase Alliance) 이사, 경기 과총 및 과총 13개 지역연합회 협의회장, 한양대 명예교수 등으로도 활동했다. 지난 2월 21대 회장으로 선출, 내년 3월부터 3년 동안 과총을 이끌게 된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