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25〉ICO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25〉ICO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코로나 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됐지만 활발했던 분야가 하나 있다. 가상자산시장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격이 연일 급등하기 시작하며 많은 자금이 코인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코인시장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부상한 개념 중 하나가 ICO(Initial Coin Offering)다. ICO는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금을 가상통화로 모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ICO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이나 규정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현재 ICO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코인 또는 토큰을 온라인상에서 공개적으로 판매함으로써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에게 참여 비율에 따라 코인 내지 토큰을 분배해 이들의 시장가치를 임의로 형성하는 일련의 과정 전반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아직까지 ICO의 개념 및 범위에 대해 정의가 없다보니, API 이용권을 선불결제를 통해 미리 판매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도 사용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ICO는 개발자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미래 토큰 발행을 기준으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투자자는 자유롭게 토큰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업 상장 IPO(Initial Public Offering)과 비교되는 것이 통상이다.

자금 모집에 있어서 대중에게 프로젝트 사용권을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일반적인 행위도 ICO 형태로 사용되고 있으며, ICO가 정부나 기관에 의해 규제를 받거나 특정 조직에 등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선호하는 투자 유치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타트업 프로젝트의 비전과 개발자가 정한 코인의 가격에 동의하는 투자자가 코인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개발자 역시 ICO를 통해 얻는 자금으로 개발을 진행하며, 자금뿐만 아니라 자신이 개발하는 프로젝트의 코인도 보유함으로써 지속적 개발 동기를 얻는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ICO는 현재 코인 세일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였으나 점차 코인의 창출 목적 이외에 별도 프로젝트를 위한 토큰 세일로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ICO는 적절한 법적 관리 아래 활성화할 경우 국가 경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금융 관련 당국에서도 일정 부분 동의해 ICO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내지 논의를 진행 중이다.

ICO와 IPO가 유사한 측면이 다수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ICO는 원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해 블록체인 내에서 통용되는 코인을 모집해 투자자로 하여금 프로젝트에서 지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ICO는 이용권을 미리 구매하는 것과 같은 개념일 뿐 의결권이나 지분을 갖는 일반적인 투자와는 개념이 다르다.

또 IPO는 보유지분(증권)에 대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어 공개모집행위를 하고자 하는 기업이 필수적으로 규제 당국에 투자설명서와 같은 법률적 문서를 제출하고 특정 기준 충족을 증명하고 등록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이에 IPO 기업 증권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가 형성되어 있어 거래의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ICO는 회사에서 제시하는 일련의 내용만 별도로 검증하거나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다양한 문제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ICO 시장은 커지고 있다. ICO 기반으로 100억원 이상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등 벤처 캐피탈이나 크라우드 펀딩에 비해 조달받는 자금의 규모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제 외면한다고 외면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듯하다. ICO가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하루 속히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