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평소 지론인 '돈 안 드는 정치'를 강조하며 대폭 오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기탁금에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사실상 기탁금 상향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 셈이다. 이는 돈을 정치 참여의 장벽으로 세워 원외·청년 후보의 정치 진입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를 둘러싼 당무개입 논란에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 대통령은 19일 X(구 트위터)에 “돈 때문에 선거에 나갈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부정부패의 유인을 키우는 일”이라며 “당의 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청년들의 어려움과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도 있으니 가능하다면 기탁금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걸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전당대회 후보자로부터 받는 기탁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출마자의 예비경선 기탁금은 각각 2000만원으로 예비경선을 통과할 경우 후보들은 기탁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를 포함한 총 기탁금은 당대표 후보 1억원, 최고위원 후보 5000만원이다. 원외 청년 후보에게는 50%를 감면한다.
그러나 이는 이 대통령이 당대표이던 시절 책정했던 기탁금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 예비경선 단계에서 민주당이 받은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의 기탁금은 각각 1500만원과 500만원이었다. 본경선 기탁금을 포함해도 당시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의 기탁금은 각각 4000만원과 1500만원에 불과하다. 기탁금 인상률이 각각 150%와 233%에 달하는 셈이다.
기탁금 인상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보다는 원외 인사, 중진보다 청년 도전자 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원외 도전자는 전당대회 후보 등록 이후에서야 후원회 계좌를 열 수 있음을 고려하면 기존 후원회 계좌가 있는 현역 의원이 자금 조달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실제로 전당대회 후보자 중에서는 이른바 후원금 양극화가 드러나기도 했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정청래 의원은 주말 사이 후원 금액이 4억 4000만원을 달성했다고 공개했다. 반면에 2001년생으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정민철 후보는 유튜브를 통해 기탁금 마련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가 인정하는,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꾼 노무현 정치개혁의 핵심중 하나는 돈 안 드는 선거 즉 선거공영제 도입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돈 안 드는 선거' 개혁이 없었다면 저도 정치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래서 민주당 당대표일때 '당직선거 공영제'를 도입하려다 후보 난립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반론 때문에 기탁 금액을 대폭 줄였다”면서 “그런데 이번 당 지도부 선거에서 기탁금이 대폭 상향되고 특히 청년후보의 기탁금은 몇 배로 늘어나 청년 후보들이 힘들어한다니 아쉽다”고 했다.
아울러 “현직 국회의원들이야 보수에 정치자금까지 있으니 그나마 부담이 적겠지만, 원외 특히 청년들은 부담이 클 것”이라며 “청년기에 돈 없는 서러움을 안고 무수한 도전으로 기득권의 벽을 넘어온 선배로서 청년 후보들을 위해 그들의 후원계좌 홍보라도 해 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 중인 '당무개입'이라는 지적도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현행법과 당헌당규상 대통령도 당원으로서 소속 정당의 당무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어 있으니 오해 없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후 또 다른 메시지를 통해 “법이 금한 당무개입이란 공직선거법 등 법률에 위반하여 공직선거 공천이나 경선에 관여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는 공직선거 후보 공천이나 경선에 개입했기 때문에 문제 된 것이지 일상적 당무에 의견을 낸 것이 문제 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거 관련 업무가 아닌 일상적 정당 활동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법률과 민주당 당헌당규에 의하여 당원으로서 참여할 권리가 인정되고 있다. 급작스련 청년기탁금의 과도한 인상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 당무개입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 “당직 선거에 대해서는 구체적 후보에 대한 호불호 의견 표현도 법률이나 당헌당규가 금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자율성을 존중하여 자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당은 국민의 주권 의지를 먹고 사는존재이고, 특히 집권당은 야당과 달리 듣기좋은 주장만이 아니라 주어진 권력으로 실천과 행동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성과를 내고, 그 성과에 기반하여 국민의 재신임을 받아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 존재 이유”라고 했다.
특히 “기탁금, 특히 청년 기탁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특정후보를 편들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문제는 우리 사회 최대의 사회문제이고 이 청년기탁금 문제는 청년들이 민주당, 그리고 정부를 포함한 집권세력의 청년인식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가지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대통령도 민주당 당원으로서 국정의 동반자인 민주당이 당원과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제대로 실천하는 유능하고 강한 민주적 정당이 되기를 염원하고 있음을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