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OLED도 턱밑 쫓아온 중국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경고등이 또 켜졌다. 중국이 한국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OLED에서도 턱밑까지 바싹 추격했기 때문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22에서 대형 OLED를 잇따라 선보였다. BOE는 95인치 8K OLED를 공개했다. LG디스플레이가 첫선을 보인 97인치 OLED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CSOT 역시 대형 OLED로 전시장 곳곳을 꾸몄다.

중국업체가 초대형 OLED를 공식 행사에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기술력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BOE는 초대형 마이크로LED까지 전면에 내세워 삼성이나 LG와 기술 격차가 거의 없음을 과시했다.

BOE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SID 전시장 가운데 가장 큰 전시부스를 차렸다. 삼성과 LG 경영진이 가장 먼저 찾은 곳도 BOE 전시부스인 것으로 전해졌다. LCD에 뒤졌지만 OLED에서는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던 한국 기업의 전략도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은 지난해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에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OLED 프리미엄 시장까지 내주면 패권은 고스란히 중국에 넘어간다.

디스플레이 시장 패권은 경제안보와 직결된다.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함께 각종 전자기기 필수 부품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 밀려 대형 LCD 경쟁력을 상실했지만 LCD 생산을 멈출 수 없는 이유도 중국에서 LCD를 수급하는 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디스플레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디스플레이도 포함시키는 것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못지않게 중요해진 디스플레이 산업을 부활시키려면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우물쭈물하다가 뒤처진다. 속도감 있는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