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불편 해결의 첨병 '민원 빅데이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통신(IT) 기술 발전과 함께 개인은 한자리에서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소비한다.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펼치는 모습이나 저녁에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하는 일상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오늘날의 보편적 풍경이라고 하기엔 어려워졌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도래했다.

데이터 경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데이터가 폭증하고, 대규모 데이터가 중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를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환경은 민간 기업의 경영활동뿐만 아니라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혁신을 수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재난재해·사회안전·복지·의료 등 수많은 국가사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의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고,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더 나은 미래사회로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빅데이터는 기업의 성패뿐만 아니라 미래 국가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도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사회, 기술, 산업, 글로벌 트렌드와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 활용으로 사회 현안과 국민의 요구를 파악하고 선제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정부 역할은 세제 지원, 규제 개선 등 주로 민간부문 혁신 지원에 한정돼 있다. 공공부문 역시 스스로 활용할 좋은 무기를 갖고 있는데도 그렇다. 바로 국민신문고에 쌓여 있는 '민원 빅데이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 국민콜110, 정부합동민원센터 등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범정부 소통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신문고는 국민이 제기하는 민원과 정책제안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디지털 기반 최대 '소통 플랫폼'이다. 이와 같은 국민 소통창구로 들어오는 연간 1505만 건 이상의 민원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국민 불편사항, 정책이슈 등이 각급 기관의 정책에 반영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한 해 탄소중립(전기·수소차, 태양광 발전), 승차구매점, 배달대행 등 민원 분석을 통해 34건의 제도개선 권고를 했다. 또 38건의 정책제안 사항을 발굴하고 사회적 현안이던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수술실 CCTV 설치 등이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는 지난달 민원 빅데이터 기반 '대한민국 민원지도'를 발표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민원 1500만여 건을 분석해 17개 시·도 및 228개 시·군·구별 이슈 민원, 성별·연령별 TOP10 키워드와 연관어로 구성해 관심 지역의 요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현해 놓았다.

'대한민국 민원지도'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전국 1위 이슈 키워드는 '아파트', 수도권에서는 '교통'이 1위로 나타났다. 기초자치단체는 전국·광역과는 다르게 그 지역만의 민원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대별로는 10~20대는 '교육·교통·군대·학자금', 30~50대는 '아파트·교통·신도시·교육', 60~70대는 '아파트·교통·조세·의료' 등의 키워드가 관심사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43.6%, 서울시 15.9%, 인천시 7.9%, 부산시 3.8%, 대구시 3.7% 순으로 수도권 3곳이 전체 민원의 약 70%에 달했다.
데이터는 산업화 시대의 석탄·석유와 같은 자연 자원과 대등하게 21세기 원유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대한민국 민원지도' 사업을 통해 민원 빅데이터 활용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민원 빅데이터가 국민불편 해결의 첨병, 곧 '민원 해소'로 이어져서 국민 중심의 정책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기고]국민불편 해결의 첨병 '민원 빅데이터'

국민권익위원회 이정희 부위원장 lawljh@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