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30년 뒤 식량부족에 허덕이지 않으려면

안동현 그린랩스 대표
안동현 그린랩스 대표

기후 변화에 따른 폭염과 가뭄, 코로나19 발(發) 물류 대란은 전 세계 식량 수급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세계 최대 곡창 지대를 보유한 나라들은 수출길부터 틀어막고 식량보호주의를 강화했다. 세계적 식량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곡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쟁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은 45%, 유지와 비료는 각각 30% 및 80% 상승했다. 곡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 전반으로 확산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발생한 것이다.

식량 위기는 어제오늘 대두된 문제는 아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97억명으로 급증할 것이고 농업 생산량을 50% 이상 늘려야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도 주요 곡물인 밀과 콩 자급률을 각각 7%, 38%로 끌어올려 식량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급률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노력과 함께 농업을 혁신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농업 혁신의 키워드는 생산성, 수익성, 지속가능성이다. 그동안 농기계 및 농자재 개발로 생산성이 향상돼 왔지만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관행과 경험에 의존한 농업 현실을 바꿔야 한다. 농업은 '저수익'이라는 고정관념도 강하다. 농산물 판로 개척이 어렵고 유통비용이 높아 농민에게 돌아갈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는 농업을 넘어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먹거리 산업 전반에 걸친 탄소 감축은 백척간두에 선 과제다.

그린랩스는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데이터로 농업의 생산과 유통부터 혁신했다. 데이터농업 종합플랫폼을 통해 농민에게 맞춤형 농사 솔루션을 제공하고, 각종 농장경영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관행 중심 농업을 디지털로 전환해서 정보 비대칭을 해소, 효율과 생산성을 높였다. 농산물 거래를 매칭하는 산지 직송 B2B 플랫폼은 농민 판로 개척과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중간 유통단계를 생산자와 바이어의 수요·공급 데이터로 대체해서 비용을 줄이고, 그 수익을 농민에 돌려주는 것이다.

또 국내 최초로 저메탄 사료를 먹인 저탄소 쇠고기를 시중에 공급하고 탄소 발생을 줄이는 농법 개발을 위해 국내 유수의 대학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FAO, APCC(APEC기후센터) 등 국제기구와도 농업 분야 탄소 감축을 위한 협력을 이어 가고 있다. 그린랩스는 농업을 시작으로 먹거리 산업 전반을 혁신할 계획이다.

먹는 것이 '생존'보다 '즐거움'에 익숙한 시대다. 그러나 먹거리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릿고개는 반세기 전 역사로 사라졌지만 '안보'와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더 큰 식량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농업을 비롯한 먹거리 산업과 연관된 밸류체인 모두를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혁신해야 한다. 그린랩스는 국내 농업의 디지털전환을 선도하며 농축수산물 유통 혁신에도 한 걸음 내디뎠다. 이제 금융·가공·무역에 이르기까지 먹거리 관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창의적 시도에 정부의 뜨거운 관심과 지원이 함께한다면 대한민국이 식량 위기 해소를 넘어 글로벌 먹거리 산업을 선도하는 식량자주국으로 당당히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안동현 그린랩스 대표 ahn.dh@greenla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