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ON'] 덴마크, 일관된 '녹색전환' 정책…기업·국민 수용성 높여

[1부]에너지 안보·탄소중립 전환 <9>덴마크 '녹색전환' 현장을 가다(하)

라스무스 헬베르그 페테르센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 위원장(왼쪽)이 덴마크 코펜하겐 국회의사당에서 덴마크의 녹색전환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라스무스 헬베르그 페테르센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 위원장(왼쪽)이 덴마크 코펜하겐 국회의사당에서 덴마크의 녹색전환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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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갈수록 화석연료는 비용이 높아질 것이고, 비용이 높아지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 수준인데,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지 못하면 '코닥'처럼 시장 경쟁력을 잃을 것입니다.”

라스무스 헬베르그 페테르센(Rasmus Helveg Petersen) 덴마크 국회 기후에너지유틸리티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를 공격적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시장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산업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은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재생에너지가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산업 파급효과도 크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페테르센 위원장은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많은 일자리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덴마크) 터빈 산업은 이미 좋은 임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2030년 에너지계획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자리가 최소 2만개”라면서 “덴마크에서는 인력 부족을 걱정하지 실직을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녹색전환 일관성 유지…기업·국민 신뢰 얻어

페테르센 위원장은 덴마크 사회자유당(Danish Social Liberal Party) 소속으로 덴마크 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장을 맡고 있다. 덴마크기후에너지유틸리티위원회는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격으로 에너지와 기후위기 문제를 다룬다. 페테르센 위원장은 2013년에서 2014년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 일했다. 덴마크 녹색전환 정책을 추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페테르센 위원장은 덴마크 녹색전환 정책이 초기에는 기후위기 대응보다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위기 대응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테르센 위원장은 “(덴마크 녹색전환 정책) 시발점은 1972년 발발했던 석유파동으로 당시에는 (덴마크는) 수입에 100% 자원을 의존했다”면서 “당시만 해도 에너지 효율을 위한 정책이 곧 경제 생존을 위한 정책이었는데, 지금은 기후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정책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페테르센 위원장은 특히 2012년 국회와 정부가 '2012-2020 에너지 협약(Energy Agreement)'을 채택하면서 초당적인 합의 기반을 만든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과 녹색전환 정책에 동참하는 국민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페테르센 위원장은 “2012년 법안이 굉장히 중요했고, 그 이후에도 중요하다고 꼽을 있는 몇 가지 법안이 있는데 이 법안들에 대해 모든 정당이 모여 합의했다”면서 “그러다보니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 (녹색정책)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덴마크도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인 당이 집권했을 때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녹색전환 정책에 대해서는 일관된 정책을 이어갔다. 재생에너지 기술이 성숙한 지금은 재생에너지 산업 경제성에 대해서도 의심받지 않고 있다.

페테르센 위원장은 “2015년에서 2019년까지 집권 여당인 보수여당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동을 거는 시도도 있었다. 방향성은 있었지만 속도가 일정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런 가정에서 재생에너지 기술이 성숙하고, 화석연료 문제까지 2개가 겹치다 보니까 공통적으로 효과가 겹쳤다”고 말했다.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전경.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전경.
지난 29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의 클라이밍 연습장 위로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의 클라이밍 연습장 위로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쓰레기 소각장도 수도 한가운데 짓는 덴마크…정책 수용성↑

덴마크 국민은 녹색전환 정책이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환경시설 등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편이다. 청정시설에 대한 투자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꼽히는 쓰레기 소각장도 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수용하고 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발전소가 대표 예다. 코펜하겐 중심부 맞은편에 위치한 이 발전소는 쓰레기를 소각해서 열과 전력을 공급한다. 코펜하겐 언덕이라는 의미에서 '코펜힐(Copenhill)'이라고도 불린다. 지붕에 스키장과 식당을 갖춘 쓰레기 소각장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방문한 기자가 방문했던 아마게르 바케 인근에는 소각장 특유 악취가 없지 않았다. 소각장 내부에 들어가면 마스크를 뚫고 들어올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 그러나 이 시설을 건립할 때 지역 주민 반대는 없었다고 한다. 현재는 인근 국가 쓰레기까지 반입해 코펜하겐 8~9만 가구에 열·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덴마크에는 이 같은 열병합 발전을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갖추고 있다. 지역 사회에 열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특히 유럽 에너지 공급 문제가 불거진 올 겨울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네 마틴 샤이뷔에(Sune Martin Scheibye) 아마게르 자원센터 홍보팀장은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영국은 비용을 내면서 (이곳에)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고, 독일과 폴란드, 그린란드 쓰레기도 반입되고 있다”면서 “덴마크의 약 24개 지자체마다 이런 시설이 있다”고 전했다.

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Magnus Højberg Mernild) 스테이트 오브 그린 언론·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아마게르 바케는) 궁전에서 여왕이 창문을 열면 보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면서 “(소각장은) 악취 혹은 혐오시설이라는 낙인이 따라다니는데 창의적으로 도시 중심에 구축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공급 수단인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신뢰도도 높다. 지난 30년간 꾸준히 해상풍력 기술을 개발했고, 국민에게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덴마크는 해상풍력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여기고 화석연료 산업은 배격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해상풍력발전단지 수용성을 확보하기가 쉽다는 분석이다.

페테르센 위원장은 “국지적으로는 풍력발전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었고 신규 풍력발전이 건설도 지연됐지만, 지역 프레임 문제이지 사회적인 문제는 아니다”면서 “지금은 전력 소비자들도 가스를 난방으로 쓰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고 한다. 가스를 쓰면 경제가 망가진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코펜하겐(덴마크)=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