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3대 개혁 성공 국민 설득에 달렸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로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고, 6월 지방선거에서는 여권인 국민의힘이 서울시장·부산시장, 충남지사·충북지사 등 주요 시장·도지사를 차지하면서 5년 만에 권력을 이동시켰다. 결과적으로 과반의 유권자들이 이전 정부에 등을 돌렸다. 5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연장에 실패했다. 국민의 선택은 준엄했다. '권불십년'이란 말을 무색하게 5년 만에 권력을 교체했다.

2022년 5월 10일 '공정과 상식'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윤 대통령은 외교에 힘을 쏟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미 동맹은 더욱 공고해졌고, 소원해 있던 일본과의 관계도 다시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대신 북한과의 관계는 '북핵' 위협으로 연말 추위만큼이나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었다. 윤석열 정부 첫해는 외교 성과에 주력한 한 해였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새해 화두로 '3대 개혁' 과제를 던졌다. 바로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 방향을 어떻게 바꿀지와 관련이 깊다. 하지만 개혁과 혁신에는 '빛과 그늘'이 있다. 미래세대에는 희망이 될 수 있지만 기성세대에는 고통이 될 수 있다. 노동개혁은 기성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된 노동조합을 쇄신할 수 있지만 노동자를 적자생존의 무대로 옮겨 놓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대학교육에 방점을 둔 교육개혁은 자칫 입시 위주 교육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연금개혁 역시 실패하면 미래세대와 기성세대 모두의 불만만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과제라고 해서 마냥 미뤄둘 수도 없다.

1993년 경기 해석과 제도 변화를 위한 경제이론으로 로버트 포겔과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의 조언은 개혁을 앞둔 우리가 새겨 들을 만하다.

노스는 17세기에 무적함대를 앞세워서 시대를 쥐락펴락하던 스페인이 왜 해상 패권을 영국에 내주고 17세기까지 기술 우위를 확보하던 중국이 왜 영국·프랑스·독일 등에 뒤졌는지, 이탈리아보다 풍요롭던 아르헨티나가 채무불이행 국가로 떨어졌는지를 제도적 차이로 설명한다. 그는 변화 시기에 제도와 신념체계가 제대로 바뀌지 않은 데서 그 원인을 찾았다.

노스는 제도 변화가 소수 엘리트나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1990년에 출간한 '제도, 제도변화, 경제적 성취'라는 책을 통해 정치·제도·경제적 성취 등을 분석하면서 국민이 정치를 완벽히 감시하지 못하면 그 결과 나쁜 제도가 지속된다고 했다.

이처럼 현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경로 의존성'(path dependece)을 꼽았다. 이는 법률·제도, 관습, 문화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회에 한 번 형성된 것은 그 후 외부의 충격에도 관성 때문에 쉽게 변화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노스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과 변화를 이끌려면 사회 구성의 믿음, 규범, 공통된 편견과 같은 비공식적 제도와 이를 반영한 정치·경제 제도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얼마나 유연하고 바람직하게 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생적이고 점진적인 제도 변화를 강조했다. 기존 표준을 버리고 새로운 표준으로 옮겨갈 때 이익이 엄청나게 크다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표준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바뀐다는 논리다. 노스는 시장 경쟁이 표준을 바꾸는 힘이라고 얘기한다.

계묘년을 앞두고 우리 사회는 3대 개혁이란 정치적 난제를 안고 출발한다. 국민을 설득시키고 정치권을 이해시켜야 가능한 일이다. 이는 시장과 정치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 가야 할 과제다. 힘이 아닌 설득과 협상을 통해서야 개혁이 가능함은 분명하다. 그래야 노스가 제기하듯 국민 변화를 이끌고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