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캐스팅 보트' 쥐나...인상 vs 동결 팽팽한 차기 금통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을 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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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7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렸지만 이후에도 당분간 인상 기조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연속된 금리 인상 피로감으로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선 동결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간 의견이 엇갈려 이창용 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전망이다.

지난 13일 회의에서 금통위는 연 3.25%인 기준금리를 3.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해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어 일곱 차례 연속 인상이다. 지난해 1월까지 포함하면 1년 새 금리를 8번 올렸고 금리는 1.25%에서 3.5%가 됐다. 7명 금통위원 중 2명(주상영·신성환)은 이번 회의에서 동결을 주장했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4.25~4.5%)와 차이는 1.0%P로 줄었다.

금통위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치(1.7%)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물가 흐름과 관련해 이창용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누적된 비용상승 압력이 공공요금, 가공식품 가격 등에 반영되면서 1~2월 중 5% 내외였다가 이후 점차 낮아지겠다”며 “연간으로는 11월 전망치 3.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 관심은 차기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최종 금리 수준을 3.5%로 예상하면서 동결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을 끝으로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부터 동결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동결로 해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확실히 수렴해간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얘기하는 것도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간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 금리를 현 상황에서 당분간(3개월) 기준금리 정점이 얼마가 될지에 관한 것으로 정의내린 그는 “금통위원 3명은 3.5%로 보고 이후 당분간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고 나머지 3명은 상황 따라 최종 금리가 3.75%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다음 회의 때도 금통위원 의견이 반으로 나뉘면 이 총재가 결정권을 쥐게 된다. 통상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는 다수 의견을 따르는데 동률일 땐 최종 결정 권한을 갖는다.

최종 금리에 대한 총재 의견을 묻는 질문에 그는 “향후 전망은 한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에둘러 말했다. 차기 금통위 회의는 다음달 23일 열린다.

이창용 총재 '캐스팅 보트' 쥐나...인상 vs 동결 팽팽한 차기 금통위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