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MZ에게 광고로 어필하는 법

이예훈 제일기획 상무
이예훈 제일기획 상무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알파벳은 무엇일까. 짐작대로 세계적 유명세를 치른 M과 Z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마케팅 담당자라면, 언론 종사자라면, 상품 기획자라면, 기업 관리자라면 이 두 알파벳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시험문제를 마주한 복잡한 심정이 아닐까 여겨진다.

밀레니얼인 M세대와 '젠지'로 불리는 Z세대를 포함하는 MZ세대는 대략 인구의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숫자가 많은 만큼 성향적으로 어떻다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이들은 자아 성취를 중요하게 여겨서 조직이나 타인보다 개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집단주의 문화와 성과를 중시해 온 기성세대의 경우 MZ세대에 대한 이해와 그들과 공감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수년간 MZ세대를 주제로 한 책과 강의들이 쉼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또한 그만큼 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세대라는 것의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광고회사 제작본부장으로,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해 왔다. 직면한 어려움은 개성 강한 이들이 광고물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광고물을 만들어서 호감을 끌어내거나 제품을 사게 하는 것이 업무인데 광고물을 좋아하지 않는 세대라니! 새로운 국면이었다.

프로다움과 치밀한 노림수로 돌파해야만 하는 최대 위기였다.

우연히 지난해 만든 광고물이 화제가 되면서 큰 상을 많이 받았다. 상을 받은 것은 담당 팀이 밤낮으로 고민하고 집중해 준 결과지만 한편으론 해당 광고물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지향점이 있었다. 우선 '척'을 하지 않았다. MZ를 이해하는 '척', MZ를 멋있게 등장시켜서 그들의 라이프인 '척', 그들이 쓰는 언어를 카피로 쓰면서 그들인 '척' 하지 않았다. 그 대신 MZ가 평소 세상을 향해 품은 태도(Attitude)로 호응을 얻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캠페인은 수년째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광고 교과서처럼 쓰이고 있다. 비결은 광고물이 취하고 있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당신과 같은 것, 당당함을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광고물에서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이전까지의 광고물이 카피 한 줄과 예쁘고 잘생긴 모델 및 럭셔리한 배경에서 “이렇게 살고 싶니?”의 워너비를 외쳤다면 개성 강한 현실 인물의 등장, 당당한 표정, 스타일링, 음악 등의 애티튜드로서 메시지를 드러낸다는 점이 새롭다. 예쁘지 않은 인물이 당당하게 와인은 사무용품이라는 현실 세계를 보여 주는 것, 때론 냉장고 광고에서 냉장고가 천장에 닿을 법한 협소한 공간에 놓여 있어도 꾸미지 않은 당당한 현실 공간이기에 힘이 있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품은 MZ의 태도는 문화로 기능하기도 한다.

사회문제를 대하는 MZ의 태도는 생각에 멈추지 않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스스로 즐기려는 모습을 보이며 하나의 문화를 형성한다. '씨낵'(Seanack)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친환경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바닷가 쓰레기를 주워 오면 고래, 문어, 꽃게 등 해양생물 모양의 과자로 바꿔 주는 캠페인은 지난해 여름 동해안의 몇몇 해변에서 주말에만 진행됐는데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이곳 해변을 대거 다녀갔다.

바닷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에 바다생물 모양의 과자 교환이라는 재미가 더해지니 눈치 빠른 젊은 세대가 '내 스타일'임을 알아챘다. 마케팅 비용을 크게 들이지 못했는데도 문화로 자리 잡힌 셈이다.

애석하게도 MZ 공략법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MZ인 '척' 잘못했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케팅에서도 이런 실수를 범해 놀림의 대상이 된 경우가 많다.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 세대는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니 오히려 그들에 있는 새로움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법을 찾자. MZ가 품은 세상을 향한 태도와 진정성에 새로움이 있다.

이예훈 제일기획 상무 yehoon01.le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