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59〉웹툰 기반 IP 시장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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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화 '슬램덩크'가 화제다. 7080 세대의 경우 학창 시절 만화책으로 한 번쯤 접해 봤던 만화책이 극장판으로 다시 제작됐기 때문이다.

슬램덩크는 26년 만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월 27일 기준, 누적 관객 수가 164만명에 이를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선 때아닌 농구 열풍이 불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오픈런을 위한 밤샘 행렬에 대기표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에 제작된 극장판은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내용을 구성해 새롭다는 것이 관객 평가다. 이러한 평가와 함께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 만화를 기반으로 한 지식재산권(IP) 시장이다.

국내 웹툰 시장이 국내 웹툰 시장은 2013년 15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1조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한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국내만이 아니다. 세계 디지털 만화 시장은 2019년에서 2023년까지 연평균 5.9%로 성장해 33억달러(한화 3조6000억원)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는 디지털 만화가 전체 만화 시장(디지털+인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 됐다. 전통 만화의 종주국이나 다름없는 일본 역시 출판 만화가 전체 시장의 48.0%를 차지하며 디지털 전환이 그야말로 대세가 됐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은 만화 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국내 기업과 국내 작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유명 IP 단행본을 디지털화해 앱에서 공급하던 라인망가가 일본 만화 앱 시장을 주도했지만 현재는 카카오의 픽코마가 1위인 상태이다. 픽코마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한국 웹툰에서 찾을 수 있다. 2020년 7월 기준 픽코마 3만여개 작품 중 K-웹툰 수는 1.3%에 불과하지만 픽코마 전체 거래액 내 비중은 35~40% 수준이다.

미국 디지털 만화 플레이어들은 아마존의 코믹솔로지(Comixology), 마블의 마블 언리미티드(Marvel Unlimited) 등이 있지만 대부분 기존의 출판 만화를 그대로 디지털화 한 형태다. 현재 네이버는 한국 스마트폰 특화 스낵컬쳐형 '웹툰'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 중이다. 미국 웹툰 작가 육성 플랫폼 '캔버스'에는 하루 1천개 이상의 에피소드가 올라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만화 IP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영화 IP가 연일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스위트홈' '승리호' 등 웹툰 IP 기반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로 제작돼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바 있으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미생 등의 작품도 원작은 전부 웹툰에 기반한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텐센트비디오, 아이치이, CJ 티빙, SKT 웨이브, 쿠팡 플레이 등 OTT 난립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면 웹툰 입장에서는 오히려 수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웹툰·웹소설 기반 흥행 사례가 누적되고 있어 2차 저작물에 대한 수익 배분 역시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웹툰 산업은 플랫폼과 에이전시(기획사·제작스튜디오 포함)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웹툰 산업의 규모는 플랫폼과 에이전시의 매출을 중심으로 하는 1차 시장, 무료 플랫폼의 광고 수익과 트래픽 가치, 그리고 OSMU 매출을 중심으로 하는 2차 파생 시장 그리고 해외 시장 등으로 구분된다.

사실 만화 한 편이 가져다줄 수 있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큰지 우리에게 알려준 사례는 마블 시리즈다. 마블코믹스는 만화 IP를 바탕으로 슈퍼히어로 영화로 제작돼 26조원 이상 매출을 거둬들인 바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세계인에게 가장 각인된 만화 작품이 슬램덩크, 마블 등 해외 작품들이지만 이상에서 열거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국내 작품이 가장 큰 각광을 받을 날도 머지않을 듯하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