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OTT 광고 시장 진출 '도전과 기회'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오픈루트 전문위원)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오픈루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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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말 넷플릭스는 마침내 광고를 수익원으로 하지 않겠다는 기존 광고 관련 전략을 변경하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브라질, 호주, 일본,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에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다. 새로운 광고 요금제는 사용자가 15~30초 광고를 시청하면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구독료를 지불할 수 있다. 광고 요금제로의 전환은 넷플릭스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구독자가 감소함에 따라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2022년 1분기에 시작됐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의 공통 목표는 단순하다.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가입자를 더 많이 유치하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OTT 산업 내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콘텐츠를 수급하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이를 회수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예전엔 대형 콘텐츠 프로젝트가 론칭되면 이를 통해 오랫동안 고객을 모집하고 수익을 창출했지만 그 기간이 극단적으로 단축되고 있다. 운영의 효율성이 급격하게 악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OTT 사업자 가운데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모두 적자다.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를 포함한 OTT에 투자하는 자본가들이 수익성 개선을 압박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ET시론]OTT 광고 시장 진출 '도전과 기회'

이런 운영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비용을 줄이거나 매출을 증가시키거나 둘 가운데 하나를 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콘텐츠 비용을 유의미하게 줄이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매출을 증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무료체험 서비스 중단, 계정 공유 금지, 광고 요금제 도입 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도입한 기존 IPTV나 SO와의 차별화 전략이 모두 비용으로 드러난 것이다. 기존 OTT 서비스는 한 번 구독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4명 이상이 광고 없는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최대 장점이었다. 이제는 운영의 효율성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이런 OTT의 전통적인 장점을 없애는 것이다. 특히 광고 요금제는 전문가에게 가입자의 서비스 이용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서비스를 이탈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게 했다. 그런 우려에도 넷플릭스를 포함한 많은 OTT 사업자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광고 요금제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기존 요금제에 비해 가격이 확실히 저렴하다는 것이다. 광고 요금제는 짧은 광고로 말미암아 시청이 잠시 중단된다는 것에 동의하면 더 낮은 구독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이는 지불 의사가 상대적으로 낮거나 다양한 OTT를 중복 가입함으로써 구독료가 부담되는 가입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아래 그림은 미국 시장에서 중복 가입자 수가 증가하는 것을 보여 준다. 5개 이상 서비스를 구독한 구독자가 2018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ET시론]OTT 광고 시장 진출 '도전과 기회'

또 다른 장점은 광고주가 OTT 사업자의 대규모 구독자 수를 기반으로 자사 광고를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만 해도 구독자를 세계에 2억명 이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주가 특정 인구 통계를 타깃으로 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OTT 사업자는 자사의 충성도 높은 고객, 특히 콘텐츠에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 대상으로 효과적이고 매력적인 광고 캠페인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광고주와 OTT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수익 다각화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출을 고정하거나 적은 폭으로 감소시키고, 이와 동시에 광고를 통해 매출액을 큰 폭으로 증가시키며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함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넷플릭스의 예를 들면 광고 단가가 다른 디지털 광고에 비해 매우 높아서(알려지기로는 넷플릭스의 광고 단가는 1000명당 65달러 수준이며, 이는 미국의 인기 스포츠인 NFL의 광고 단가인 1000명당 8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주로 글로벌 대기업이 광고를 집행하게 된다. 해당 광고 자체도 매우 수준 높은 품질의 콘텐츠로 제작되며, 이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쇼트폼 콘텐츠를 공급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쇼트폼 콘텐츠에 익숙한 Z세대에게는 러닝타임이 상대적으로 긴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쉬는 시간(인터미션) 제공 효과도 있다.

이러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광고시장은 여전히 경쟁 과잉 시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광고시장의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통적인 지상파, 유료방송, 게임과 함께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등 새롭게 등장한 광고 매체들과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국내 OTT의 경우 글로벌 OTT와 같은 대규모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국내의 대기업도 글로벌 OTT에 광고를 집중적으로 집행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국내 OTT는 글로벌 OTT의 공격적인 사업 전략에 맞서 가입자 유지와 신규 광고 유치 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글로벌 OTT의 광고 요금제 도입에 대응하며 몇 가지 전략이 요구된다. 먼저 절대적으로 가입자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OTT는 이미 포화 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자동차, 리테일, 소비재, 메타버스 등과의 협업 모델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 콘텐츠 선호도가 높은 국가의 시장 지배력이 높은 플랫폼에 번들링으로 제공하는 강한 고리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확보된 가입자에 대한 신뢰성 높은 타기팅을 위해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애드 테크(Ad Tech)기술이 요구되며, 상대적으로 기술력과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 OTT를 위해 AI 미디어 관련 연구에 정부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광고 관련 규제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완화해서 광고 요금제 도입에 기반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오픈루트 전문위원) yh.kim81@dgu.ac.kr

〈필자〉김용희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다. 미디어와 경영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미디어 산업을 보는 전문성을 폭넓게 갖추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디어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