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한일 관계 새롭게 출발"

정상회담...셔틀외교 재개
양국 경제안보 전방위 협력
日, 핵심소재 수출규제 해제
韓, WTO 제소 취하하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해제한다. 우리나라도 맞대응 차원에서 진행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한다. 2019년 이후 사실상 단절된 한·일 경제·안보 협력 관계가 복원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양국의 미래 세대를 위한 관계 복원에 합의한 결과다.

양국 경제계도 동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은 '한일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했다. 한·일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16일 일본 도쿄 총리공관에서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을 복원·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은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우리나라는 WTO 제소를 취하키로 했다. 셔틀외교도 재개한다. 양 정상은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한·미·일 3국 간 협력 증진에도 의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도쿄에서 기시다 총리를 만난 것은 그간 어려움을 겪던 한일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께 알려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양국 이익이 될 협력 추진을 위해 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하길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제협력을 2019년 7월 이전으로 되돌리는 데 합의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수출관리 운영 변경을 통해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2019년 7월 이전처럼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적용한다. 특별일반포괄허가란 기술 민감도에 따라 일정한 도착지 및 품목 조합의 수출을 허가하는 제도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들 3개 품목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한다. 산업부와 경산성은 일명 화이트리스트(국가카테고리) 조치도 조속히 원상회복하기로 했다.

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총리 이후 12년 만에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도 재개한다. 양국 정상이 수시로 상대국을 오가며 소통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전경련과 게이단렌도 이날 도쿄에서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일 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해결법의 일환이다. 일본 측 피고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은 게이단렌 소속이다. 기금은 청년 등 양국의 미래 세대 교류 증진 등에 쓰일 예정이다.

양 단체는 “파트너십 기금을 통해 한·일 양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상 및 협력 방안 연구와 직면한 공통과제 해결을 위한 사업 실시, 미래를 담당할 젊은 인재 교류 촉진 등 양국 간 경제 관계를 한층 더 확대하고 강화하는 데 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협력 과제로는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 유지·강화 △자원·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공동 대응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저출산·고령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실현 등을 꼽았다.

한편 윤 대통령은 방일 이튿날인 17일 한일의원연맹, 한일협력위원회 소속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고 재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한일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일정도 소화한다. 게이오대에서 일본 대학생 및 한국인 유학생 대상으로 강연한 뒤 늦은 오후 귀국길에 오른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