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기대한다

[사설]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기대한다

일본이 이르면 이달 말 3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해제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재 수입이 원활해지면서 공급망이 안정될 수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활발하게 진행되던 국산화의 동력이 힘을 잃을 수도 있지만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한국 수출 규제는 2019년 7월 4일부터 시행했다. 같은 해 8월 2일에는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내세웠다.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극자외선(EUV) 감광액(포토레지스트)과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대 한국 수출을 제한했다. 이 가운데 EUV 감광액은 일본 수입 비중이 컸는데 벨기에 등 다른 공급처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이 90% 이상을 선점한 시장이어서 공급망 관리는 원활하지 못했다. 수출 규제가 해제되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늘면서 물류비를 줄이면서도 제때 소재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화 동력 유지는 숙제로 남겠지만 공급망 다각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경험한 이상 급속히 약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공급망 안정을 위해 공급처를 최소 2개 이상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내 기업과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소재 국산화 및 양산 라인에 적용하는 성과도 거뒀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산업에 정치와 외교를 악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자유롭게 거래하던 원재료 통로에 인위로 장벽을 세웠다. 소재를 이용하는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도 적지 않은 피해가 나는 결과를 불러들였다.

분업화된 국제사회에서 공급망은 혈관과도 같다. 시장은 그 혈관을 통해 양분을 얻는다. 시장에 정치와 외교가 개입됐을 때 어떤 악영향이 미치는지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