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IP 전문기업 육성·지원으로 행정서비스 고도화해야

[기고]IP 전문기업 육성·지원으로 행정서비스 고도화해야

지식재산(IP)서비스는 IP 창출·보호·활용을 지원하는 전문 서비스다. 기업·연구소·대학의 R&D-IP 경영 활동뿐만 아니라 특허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IP 공공행정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 IP서비스 산업 현장에서는 글로벌 기업·법률대리인으로부터 한국 특허청 IP 출원 업무 의뢰와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IP5 국가로 선도적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허청은 특허심사하이웨이 등을 통해 타국에 비해 빠른 기간에 고품질 심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 기간에 주목받은 화학·바이오 기술 분야 중심으로 한국을 특허 출원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면서 관련 업무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IP서비스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특허청의 IP 행정서비스 정책에 따라 IP서비스 시장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허청의 신뢰받는 심사서비스 최일선에는 우수한 심사관이 있고, 민간의 IP조사 서비스 기관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허청은 IP 전문 조사기관의 서비스 품질과 역량 강화를 위해 조사원 검증체계 마련과 각종 교육·연수를 시행하는 한편 IP분류사업 등 인프라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상표 심사 분야에서는 상품해설서, 신상품모니터링, 출원동향분석 등 다양한 신규 사업이 시행되고 있어 IP서비스 산업계가 환영하고 있다. 또 예산 범위 내에서 적정 대가 지급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기업에 대한 지원이 비용이 아니라 행정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투자임을 보여 주는 바람직한 민·관 협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특허청의 한국특허영문초록(KPA) 번역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중견 SI기업 등 비전문기업에 밀려 IP번역 전문기업들이 전 분야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 사업은 한국특허 초록을 영문으로 번역·제공, 해외에서 우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럼에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번역 사업을 수행하는 글로벌 수준의 IP번역 전문기업마저 사업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져 관련 업계의 허탈함과 실망감이 크다. 역량 있는 IP번역 전문기업이 사업에 참여하지 못함에 따라 KPA의 품질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IP번역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전무한 일반 교수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업무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항목으로 평가하는 사업자 선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해외에서도 역량을 인정받는 한국 IP번역 전문기업이 국내, 그것도 지원·육성의 주무 관청인 특허청 사업에서 배제되는 상황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IP번역 전문기업은 그동안 IP번역 전문 인력 양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다. 이 같은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발명진흥법은 산업재산권 서비스업의 육성, 경쟁력 강화, 이용 촉진을 위한 전문회사 지정 등을 규정하고 있다. IP번역 전문기업이 사업에서 배제된 이번 상황을 계기로 당국에서는 IP서비스 산업 전반에서 본 법령의 제정 취지에 맞게 제도나 관련 정책들이 올바르게 실행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주기를 요청한다.

하청일 지식재산서비스협회 부회장·미래준비위원장(테크란 대표이사) ciha@tech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