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이 사업 분할을 추진한다. 키옥시아와 합병 논의가 중단된 직후 행보로 분사 이후 합병 논의가 재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부를 분사할 계획이다. 하드드라이브디스크(HDD) 등 데이터 스토리지 제조 법인과 낸드 법인 2개 상장사로 분할된다.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사업 분할을 지속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에 인수한 웨스턴디지털은 이번 분할 결정으로 낸드 사업 부진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산업 불황에 따라 범용(레거시) 낸드 공급이 시장에 넘쳐나고 사업도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웨스턴디지털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 키옥시아와 합병을 추진했다. 낸드플래시 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비 경쟁력이 낮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사업 시너지를 모색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실패, 양사 합병 논의는 현재 중단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컨퍼런스콜 당시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합병 관련 더 좋은 방안이나 새로운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같이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일본 도시바메모리에서 키옥시아가 출범할 때 미국 베인캐피털이 구성한 약 20조원 규모 펀드에 2조4000억원을 출자했고 전환사채(CB) 약 1조2000억원을 인수했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와 애플, 델, 시게이트 등 한·미·일 기업이 참여했으며 키옥시아 지분 56%를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간접 투자자로 지분 매각이나 합병 등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낼 권한이 있다.
웨스턴디지털의 낸드 사업 분할로 키옥시아와 합병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데이비드 게클러 웨스턴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제약을 고려할 때 사업을 분할하는 게 웨스턴디지털 진화의 올바른 다음 단계”라고 밝혔다. 키옥시아 관련 별도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