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92〉기꺼이 더 나은 선택

디저브(deserve). '무엇인 가를 받을 만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무언가를 당해도 마땅하다' 혹은 심지어 '자업자득'이라는 뜻도 가진다. 무언가를 받거나 처벌의 근거 있음을 전제하는 듯도 보인다. 그런 탓일까. 이 단어는 원인에 대한 설명과 연결되어 나타난다. 결국 그 행동의 결과로 마땅히 받아야 할 보상과 처벌이라는 결론을 이 단어는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혁신을 무엇으로 판단받게 될까. 성공을 통해 뭔가 나아졌음을 증명해야 할까. 단지 뭔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으로 족한가.

실상 혁신을 재는 잣대는 수없이 많겠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의미있는 것은 고객들에게서 찾은 것들이겠다. 그리고 그중 어떤 것은 진정 고객의 증언이랄 수 있겠다.

꽤 예전 일이다. 이즈음 기업들은 소비자 만족이 모든 좋은 것의 시작점이라 봤다. 그런 탓일까. 빅3 자동차 회사도 고객 만족도 조사에 꽤나 큰돈을 지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보이기 시작했다. 조사한 영업소 만족도 등급과 그들의 수익은 별반 상관성이 없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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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시간이 지나도 변화가 없자 영업사원들을 인터뷰한다. 다들 고객 만족도가 서비스를 가늠하는 괜찮은 기준인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다 누군가 실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귀띔을 해줬다. 본사에서 만족도에 집착할수록 영업사원은 뭔가를 끼워주고 심지어 읍소하기도 했다. 고객 만족도에 목을 맨다는 소문이 퍼지자 급기야 최고평점을 빌미로 뭔가를 요구하는 고객조차 생겼다.

고민 끝에 여러 질문을 놓고 결과를 분석했다. 어떤 것이 매출과 관련성이 높을까. 찾아낸 건 지극히 단순한 한 줄짜리 질문이었다. “당신은 이 제품을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할 건가요.”

이 질문을 갖고 이런저런 산업에 적용해 보았다. 항공사 중에 가장 높은 곳은 사우스웨스트였다. 반면 TWA, 노스웨스트는 가장 낮은 그룹이었다. 너무도 공교롭게 사우스웨스트는 가장 빨리 성장했고, 다른 두 항공사는 문을 닫는다. 나머지 델타,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같은 항공사들은 그 중간에 끼어 있었다. 이건 인터넷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이 질문에 더 긍정 반응할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2000년 초반 인터넷 서비스는 꽤나 경쟁이 심했다. 선두 주자던 AOL은 고객을 잡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고 있었다. MSN은 고민 끝에 마케팅 대신 스팸 필터와 자녀 사용 통제 같은 기능 개선에 투자하기로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MSN의 고객 중 이 서비스를 추천하는 고객이 반대 고객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다른 경쟁사인 어스링크(EarthLink)도 마찬가지였다. 연결 안정성을 높이고 문제가 있으면 콜센터에 쉽게 통화가 연결되게 했다. 이것으로 어스링크는 MSN에 필적할 결과를 얻는다.

이즈음 타임워너가 AOL을 인수한다. 2001년 당시 인수가 1650억 달러란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것으로 타임워너는 성장이 담보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일견 아무것도 아닐 것 같던 상치한 문화와 비즈니스모델은 타임워너마저 허덕이게 한다. 그리고 AOL은 마케팅과 가격 인하에도 비추천이 추천 고객을 10 %나 넘어선다. 이렇게 가입자 3500만명이던 AOL은 매달 20만명씩 고객을 잃고 있었다.

혁신을 한다고 항상 보상받는 건 아니다. “혁신을 왜 해야 하나”는 의구심을 갖는 곳도 많다. 하지만 많은 경우 손쉬운 선택보다 자기를 바꾸는 것이 한결 의미있는 선택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한다. 거기다 고객을 파트너 삼는 혁신이라면 어떤 것보다 기꺼이 더 시간을 들일만한 선택이었다는 걸 이미 많은 기업들은 시전하고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