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대면 진료 제도화로 디지털 헬스케어 경험 자산 지켜야

블루앤트 김성현 대표
블루앤트 김성현 대표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를 강타했다. 그 결과, 많은 국가가 감염증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는 셧다운을 명령했다. 정부의 셧다운 정책은 사람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강제했다. 이 과정에서 '비대면', '언택트'와 같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혁신을 이끌기 시작했다.

한국 의료환경에서 논의조차 어려웠던 '원격 의료'도 이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의료 공급자는 비대면으로 진료를 이행하고, 수요자는 약을 재택에서 배송받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 기간 비대면으로 이뤄진 진료와 처방은 누적 이용자 수 1419만명, 진료 건수 3786만건이나 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설문 결과 '향후 비대면 진료 활용 의향이 있음'으로 응답한 비율은 전체 87.9%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4월 14일, 정부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공식화하며 비대면 산업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한 기회의 산업으로 적극 키워 나가겠다고 했다. 관련 언론보도도 줄을 이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예방적 건강관리 강화'를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며 주요 내용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포함했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발의된 법안들은 입법 과정에서 번번이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상임위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까지 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논의 때마다 새롭게 제기되는 우려 사항들 때문이다.

그것들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기우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제기된 우려 사항에 대한 평가를 떠나, 해당 문제에 대책을 수립하는데 지난 3년 반의 시간이 충분했음은 자명하다. 정부와 국회 모두 치열한 논의와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6월 감염병 위기 경보는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됐고 '한시적 비대면 진료'는 중단됐다. 이후 '제한적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시범사업 3개월간 계도 기간을 거치는 동안 비대면 진료 이용 건수는 급격히 줄었다. 국정감사 기간 이종성 국민의 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시범사업 이후 비대면 진료 건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했을뿐만 아니라 의료 취약 계층에서도 비대면 진료 이용이 현격히 줄었음이 문제로 지적됐다.

규제 영역에서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혁신을 추구했던 많은 신생 기업은 비대면 진료 관련 사업을 중단하거나 인력의 50% 이상 감원하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를 정해진 미래로 마주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 서비스의 수요·공급 연계 효율성 제고로 문제 해결에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정책을 따르며 불편을 감내했던 국민과 규제 개혁 약속을 신뢰하며 적자를 감내했던 기업들의 노력이 만들어 낸 원격의료의 '경험 자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해당 상임위가 지지부진한 논의만을 반복하는 동안,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의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 support@bluean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