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저작권 침해하는 범죄자, 반드시 잡힌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구글이 발표한 '2023년 트렌드 검색어 순위'에 따르면 레시피 부문에서 비빔밥이 글로벌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비단 K-팝, 드라마, 영화 뿐만 아니라 음식, 무용,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콘텐츠가 세계 무대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이다.

수치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21년 우리 콘텐츠 수출은 124억5000만 달러로 2017년부터 5년간 연평균 9%대 고성장을 기록했다. 저작권 무역수지도 2023년 상반기 15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통계 집계 이후 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K-컬처는 이제 문화 영역을 넘어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이자 소프트파워 핵심으로서 우리나라 국가브랜드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해외 불법 사이트 대응조치 현황(자료 : 한국저작권보호원, 2022)
해외 불법 사이트 대응조치 현황(자료 : 한국저작권보호원, 2022)

하지만, 성장하는 K-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범죄 행태 역시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창작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저작권 침해는 창작자의 창작 의욕을 아예 꺾어버릴 정도다. 누누티비라는 대형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하나로 인한 피해액이 약 5조원에 육박할 정도니, 웹툰, 웹소설, 영상 등 전 장르를 포함한 저작권 침해 피해액은 수십 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저작권 보호에 날을 세울 수밖에 없다.

저작권 침해 양태는 서버를 해외에 두고 가상 서버를 사용하거나, 불법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등 점차 지능화, 국제화, 조직화되고 있다. 때문에 범죄자를 잡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범죄자들은 주로 수사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직적으로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해외로 도피한다.

그들은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범죄자들의 해외 도피는 더 이상 안전한 출구가 아니다.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형사사법의 근간이 되는 대원리를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K-콘텐츠의 권리자와 한국 정부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을 비롯해 각국 정부와 범죄자의 도피를 막기 위한 수사 협력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 침해 방법이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수사 방법 역시 지능화, 국제화 되어가고 있다는 점은 우리를 희망으로 이끈다.

최근 저작권 침해 국제 사범이 검거된 사례가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2015년부터 올해 10월까지 9년간 정당한 저작권 계약없이 국내외 방송과 영화·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 영상 파일 10만여 개 이상을 현지 교민들에게 유료로 불법 송출해 업계 추산 160억원 이상 피해를 발생시킨 일당을 우리 당국이 체포한 성과가 있었다. 인도네시아와 동시에 국내에서도 압수수색을 통해 피의자를 검거했다.

검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 부산경찰청사이버범죄수사대, 인도네시아 지식재산청, 인터폴 불법복제대응 전담팀,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 과학수사지원부가 합동으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보호원은 저작권·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활용해 K-콘텐츠 불법 유통 증거물을 식별하고 수집하는 등 국내·외 수사관과 국제 공조 수사 협력을 통해 국내에 범죄자를 소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이처럼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제 공조는 필수적이다. 보호원은 각 나라의 저작권 당국 및 사법 당국들과 매년 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하며 정보공유와 협력을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역사가 오래돼 해외 저작권 보호 경험이 많은 미국영화협회(MPA)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저작권 침해에 합동으로 대응하는 것도 하나의 사례다. 또한 이처럼 탄탄한 협력망을 바탕으로 해외에서의 저작권 침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해당 국가 언어로 된 사이트들을 모니터링하고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올해에는 영어와 중국어를, 내년에는 베트남어와 태국어로 된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외 한류콘텐츠 불법유통량(자료 : 한국저작권보호원, 2022년 11월 기준)
해외 한류콘텐츠 불법유통량(자료 : 한국저작권보호원, 2022년 11월 기준)

해외 당국과의 협력 이외에도 각 국가의 민간단체들과도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해당 국가의 민간단체들과 함께 저작권 보호 인식 제고를 위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기획 단계에 있다. 해당 국가의 국민이 저작권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저작권 보호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스스로 저작권자가 되고, 다시 저작권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그들의 언어로 설파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와 같은 저작권 침해 대응부터 저작권 침해 예방까지 저작권 보호를 위한 다각적 노력들이 국제 사회에서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우리의 선진적 저작권 보호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해오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에 보호원은 저작권 기술과 체계를 전수 또는 수출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그들의 의지는 바로 우리 K-콘텐츠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길이 될 것이며, 나아가 저작권 침해 범죄자들의 은신처를 사라지게 할 방도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저작권을 무단으로 이용하며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침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국민도 저작권 침해 사이트를 이용하며 저작권을 침해하는 범죄자에게 무의식적으로 동조하고 있지 않은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나 방송, 웹툰을 제값을 내고 감상하는 일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퍼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 제1조에서는 저작권법을 '저작권을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와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지금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세계 무대를 종횡무진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jypark@kcopa.or.kr

〈필자〉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를 취득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해외문화홍보원장, 국민소통실장, 대변인, 미디어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오랜 문화예술 정책 경험에 기반한 한류 콘텐츠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다양한 해외 업무 경험을 활용해 우리 문화예술 콘텐츠의 국제적 저작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