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과학기술 유공자]중공업·표준 기틀 마련, 세계 바이오 선도…과기유공자 4명 신규 지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에 헌신한 4명을 '2023년도 과학기술유공자'로 새롭게 지정했다.

올 4월부터 시작한 수많은 절차, 총 143명 전문가가 참여한 심사 끝에 국가와 사회발전에 대한 기여도, 국민과 미래세대가 존경할만한 점을 모두 갖춘 유공자가 도출됐다.

이번 지정 주인공은 △고(故) 김성완 미국 유타대 석좌교수 △고 김재관 한국표준연구소 초대·2대 소장 △고 송희성 서울대 명예교수 △한상기 전 나이지리아 국제열대농학연구소 부장이다.

유공자 지정은 우리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성장 기틀을 마련하고 경쟁력을 더한 이들을 기려, 과학기술인이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는 현재의 과학기술인에게도 힘이 된다. 앞으로의 세대가 과학기술인의 길을 선택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 김성완 미국 유타대 석좌교수
고 김성완 미국 유타대 석좌교수

◇난치병 치료 길 개척한 고 김성완 교수

고 김성완 교수는 생체고분자, 약물전달, 유전자치료라는 독창적인 연구분야를 개척하고 난치병 치료의 길을 확장한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학자다.

바이오제약 벤처를 창업해 그 성과를 난치병 치료에 적극 활용하고자 힘쓴 위대한 이론-응용 겸비형 과학자기도 하다.

1940년 부산 출생으로 화학을 택해 1959년 서울대에 진학했다. 석사학위를 받은 다음에는 1969년 미국 유타대에 진학, 물리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인공장기 연구를 선도하던 콜프(Willem J. Kolff)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를 계기로 연구 방향을 생체고분자, 의화학으로 바꿨다.

1974년부터 유타대 약대 교수로 재직한 그는 1986년에는 화학물질전달제어연구소를 세우기도 했다.

그의 중요한 업적의 하나는 생체재료 및 약물전달 선도 연구다. 그가 개발한 혈액 적합성 고분자 재료는 1982년 콜프가 주도한 세계 첫 인공심장 이식수술 성공에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이런 기능성 생체고분자를 약물전달 물질로 이용하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김 교수는 세계적인 약물전달시스템(DDS)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김 교수는 유전자를 인체세포에 이입, 치료하는 유전자치료법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냈다. 1996년부터 바이러스 대신 고분자 기반 유전자 전달체를 이용한 유전자치료법을 개발하고, 다양한 응용분야를 개척했다.

유전자 전달체를 이용한 전이성 폐암의 치료방법이 그 중요한 성과중 하나며, 2000년대 들어 줄기세포 치료에 유전자 전달물질을 접목시켜 그 효과를 높이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다.

김 교수는 바이오제약 벤처 창업에 나서기도 했다. 830편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연구논문과 38건 미국특허를 냈으며, 150명 신진과학자를 배출했다. 한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의학아카데미와 미국공학아카데미에 동시에 회원으로 선출되는 영예를 안았다.

생체재료와 약물전달의 최고상이라 할 클렘슨상과 파운더스 어워드를 받았으며, 세계적으로 특출난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데루모 국제과학상, 국내 최고 권위의 호암상(의학부문)과 한국노벨사이언스 과학대상도 수상했다.

고 김재관 한국표준연구소 초대·2대 소장
고 김재관 한국표준연구소 초대·2대 소장

◇경제발전 기반 마련한 고 김재관 소장

고 김재관 소장은 포항종합제철소 설계, 고유모델 자동차 육성, 국가표준 체계 마련 등으로 과학기술 기반 한국 산업발전 기틀을 마련한 과학기술자다.

1933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했으나, 6.25사변으로 전시연합대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이후 독일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뮌헨공대 대학원 기계공학과에서 1961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기계공학, 철강학, 금속학 등을 두루 공부했다.

졸업 후 서독 철강회사 데마그에서 근무하던 그는 보고서 '한국의 철강공업 육성방안'을 작성했다. 이는 박정희 대통령 서독 방문시 소개되며, 훗날 한국의 종합제철소 설립 기반이 됐다.

그리고 김 소장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설립 당시 18명 유치과학자 중 유일한 독일 출신 과학자로 귀국하게 됐다.

KIST 제1연구부장이 돼 한국 최초 종합제철소 건설사업을 주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고로방식의 한국 최초 일관제철소인 '포항종합제철소' 설립 계획을 관철시켰다.

1973년에는 상공부 초대 중공업차관보로 임명돼 자동차산업 육성에 몰두했다. 부품 국산화를 넘어 고유모델을 개발하는 자동차 산업정책을 추진했다.

이런 구상을 담은 '자동차공업육성 5개 기본원칙' '장기 자동차공업 진흥계획' 등을 1973년에 작성하며, 현대자동차 포니(PONY) 개발을 지원했다.

1978년에 이르러 5만44대가 생산된 포니는 당시 부품 국산화 비율이 약 90% 수준에 이르렀다.

김 소장은 산업 고도화를 위해 국가 표준제도 정립이 필수라 보고 한국표준연구소 설립을 지휘하기도 했다.

1975년 한국표준연구소 설립 당시 초대 소장으로 임명돼 정밀계량, 계측 등에 필요한 국가표준 체계를 확립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 표준시 도입이다. 세슘원자시계를 바탕으로 국제원자시를 확보하고 협정세계시를 확보해 한국의 독자적인 시간 표준을 구현했다. 시간, 질량, 길이 등 정밀산업 필수 표준제도를 확립해 한국 산업 고도화에 이바지했다.

김 소장은 197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으며, 1998년에는 5.16민족상을, 2001년에는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수상했다.

고 송희성 서울대 명예교수
고 송희성 서울대 명예교수

◇입자물리학 연구·교육 이끈 고 송희성 교수

고 송희성 교수는 임의 스핀 입자 편극현상에 연구성과들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고, 연구공동체를 활성화해 한국 이론물리학을 국제 수준까지 성장시킨 학자다.

군산 출생으로 1960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1966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때 연구를 시작한 '고스핀 입자 반응에서 편극의 영향'은 평생의 연구주제가 됐다.

이후 1967년 귀국, 서울대 공대 응용물리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1975년 문리대 물리학과와 공대 응용물리학과가 통합된 자연대 물리학과 교수가 됐다.

송 교수는 초창기 이론물리학 교육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가 1984년에 발간한 '양자역학'은 최초·최고 한국어 양자역학 교재다. 2002년에는 고급양자역학 교재로 '상대론적 양자역학: 입자물리학과 편극'을 출판했다.

송 교수는 2003년 은퇴할 때까지 입자물리 이론 분야에서 33명 석사와 11명 박사를 키워냈다.

핵심 연구업적은 입자 충돌과 붕괴 과정에서 일어나는 편극현상을 효율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기존 '스핀 1/2 입자의 편극밀도행렬' 표현을 1/2보다 큰 임의의 스핀에도 적용되는 '공변적 편극밀도행렬'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1970년에는 스핀 -2/3인 입자의 공변적 편극밀도행렬, 1989년에는 임의의 스핀을 가진 입자의 공변적 편극밀도행렬을 구했다. 1995년에는 중력자가 연관된 편극현상을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보였다.

1970년대 초반부터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에 연달아 논문을 발표해 후학들에게 롤모델이 됐다.

개인 연구 외에는 이론물리 심포지움과 서울대 이론물리학연구센터를 통해 이론물리학, 특히 입자물리학 연구 기반을 만드는 것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서울대 이론물리학연구센터의 경우 송 교수가 1991~1999년 소장으로서 조직적 연구 기반을 만들었다.

송 교수는 한국물리학회 편집위원과 부회장을 거쳐 2001년에는 회장에 선출됐다. 연구성과와 물리학 발전 노력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95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3.1문화상 학술상(1982), 세종문화상 학술상(1995), 녹조근조훈장(2003)을 받았다.

한상기 전 나이지리아 국제열대농학연구소 부장
한상기 전 나이지리아 국제열대농학연구소 부장

◇식량문제 해결 기여한 한상기 전 부장

한상기 전 부장은 아프리카 주식인 카사바 품종 개발·보급으로 식량 문제를 개선한 농학자다. 얌, 고구마, 식용바나나도 개량·보급해 아프리카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그는 1933년 태어나 서울대 농학과에서 학사·석사학위를 받으며 농학자의 길에 들었다. 대학원에서는 잡초학을 전공하고 한국 최초 잡초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60년 특별대학원생으로 선발돼 미네소타대에서 식물육종학을 배웠다. 1965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박사과정으로 입학, 본격적으로 식물유전육종학을 연구했고 1967년 박사학위를 취득해 1971년까지 서울대 농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1971년 나이지리아에 국제열대농학연구소가 설립되자 그는 아프리카로 향했다.

첫 임무는 아프리카 주식인 카사바 육종연구였다. 원산지 브라질에까지 가 다양한 카사바 육종 정보, 카사바 종자까지 얻어 신품종 개발에 착수했다.

1973년 카사바에 박테리아병과 바이러스병이 발생, 아프리카 전역의 기근이 더욱 심각해졌는데, 이에 그는 신품종 연구 방향을 내병다수성 카사바 육종으로 정해 1976년 병에 강하며 수확량도 많은 '슈퍼 카사바' 개발에 성공했다.

당초 그의 카사바는 정부의 무관심으로 농가 보급이 어려운 상태였는데, 때마침 나이지리아 산유 지역 카사바가 병에 걸려 이를 신품종으로 대체해 식량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계기로 슈퍼 카사바의 우수성이 알려졌다. 결국 아프리카 17개국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는 국제열대농학연구소 구근작물부에 근무하면서 얌, 고구마, 식용바나나 육종 및 보급에 힘썼고, 아프리카 젊은 농학인 육성에도 앞장섰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같은 국제기구 지원과 협력을 끌어내 육종연구 기회를 제공했다.

이밖에 아프리카 각지에 농업연구소 설립을 주도하고, 세계적인 학자들을 아프리카로 초청해 국제 교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카사바 개발 공로로 영국 기네스 과학공로상,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 벨지움 보드윈왕상을 받았다.

아프리카 생물공학 네트워크 사무총장, 국제 구근작물학회 회장, 나이지리아 생물학술원 창설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1983년에는 나이지리아 정부로부터 이키레읍 추장으로 추대됐다.

정부는 유공자들이 청소년에게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과학기술유공자들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이들의 도전과 노고, 희생과 헌신을 기림으로써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존경받는 롤모델로 인식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표〉 2023년도 과학기술유공자 명단 및 공적사항

[2023 과학기술 유공자]중공업·표준 기틀 마련, 세계 바이오 선도…과기유공자 4명 신규 지정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