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K디지털 파동, 민·관 합동 디지털 수출개척단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 중 하나는 '수출'이다.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감안하면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통한 무역수지 개선은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고, 지난해는 모든 부처가 '원팀'이 돼 수출 기업 지원에 힘을 쏟은 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6월 디지털로 다시 도약하는 수출 강국 대한민국 실현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 분야 해외 진출 및 수출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수출 지원 조치로 '민·관 합동 디지털 수출개척단'을 발족하고 디지털 분야 신흥시장 개척을 본격화했다.

수출개척단은 과기정통부가 주도하고 국내 ICT 기업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한 팀을 이루어 추진하는 민·관 합동 시장 개척 활동이다. 정상외교 성과를 수출로 연결하기 위해 정보통신산업 진흥원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아세안 3개국, 미국 실리콘밸리, 중동(UAE) 수출개척단 파견에 동참했다.

2023년 디지털 수출개척단 활동의 성과를 정리하면, 국내 디지털 스타트업 및 중소·중견 기업 218개 사 지원, 수출 계약 890만달러, 업무 협약 55건, 수출 상담액 6억3509만달러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또 정부 간 면담을 통해 기업의 수출 관련 애로 해소를 지원했으며, 3000만달러 규모의 한-아세안 협력 기금을 활용한 한-아세안 디지털 협력 프로젝트도 발굴하는 등 추가적인 성과도 창출하였다.

한편 디지털 분야의 해외 진출 및 수출과 관련해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W는 매출이 영업이익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최대 85%에 달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업종이며, 각종 공급망 이슈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산업환경 또한 국내 SW 기업의 해외 진출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24에서도 AI, 그중에서도 생성형 AI는 세계적인 화두로 대두됐다. 이미 대세가 된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전환과 맞물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지만 막상 국내 SW 기업의 수출실적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올해 5월이 돼야 지난해 SW 수출 통계가 최종 발표될 터이지만 2022년 기준으로는 201억3000만달러로 당해 연도 총 수출액의 2.94%에 지나지 않는다.

글로벌 추세를 확인해도 HW와 더불어 SW가 중요시되고 있다. IT기업 시총을 기준으로 살펴보더라도 세계 시총 10위권 기업 중 상당수가 SW 기업이며, 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디지털 수출을 HW가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SW도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ICT 수출지원 정책의 관점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추세를 바탕으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올해에도 디지털 분야, 그중에서도 AI를 필두로 한 SW 산업의 해외 진출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2023년에는 시범적으로 현지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핵심 전략지역, 예를 들어 아세안(싱가포르, 베트남), 미국 실리콘밸리로 수출개척단을 파견하여 수출 성과를 창출했다면 올해는 기존 수출대상국과 더불어 아프리카, 중남미, 오세아니아, 유럽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작년에 충분한 시장 개척 가능성을 보여준 중동 수출개척단의 경우 금년에는 중동IT지원센터(두바이)가 신규로 개소될 예정이기에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그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사진= NIPA 제공]
[사진= NIPA 제공]

또 국내 디지털 기업의 수출 및 해외 진출을 위해 기존의 업종별 지원 사업과 더불어 기업 규모나 준비도 등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 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맞춤형 기술 개발, 해외 PoC(기술 실증),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형태의 비즈니스 매칭,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한 마케팅 지원, 현지화 컨설팅 등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게 된다. 특히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 들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 레퍼런스를 갖출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디지털 중심의 수출 강화가 현 수출 위기 극복의 실마리는 물론, 미래 산업과 수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때마침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ICT 수출액이 전년 동월(169억1000만달러) 대비 8.1% 증가한 182억6000만달러로 2023년 월별 최대를 기록하여 수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의 디지털 혁신성과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민·관이 원팀이 돼 더 큰 노력을 쏟아야 한다. 여러 외부 위험 요인들이 있지만 우리 기업의 기술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국가별 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와 현장별 특수성과 연계한 새로운 시장 개척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부단한 혁신과 노력을 통해 우리의 기술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을 넘어 세계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허성욱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 nipapr@nipa.kr

〈필자〉 허성욱 NIPA 원장은 1993년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를 통해 체신부에서 공직자 생활을 시작했다. 영국 요크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과 석사를 받았다. 정보통신부에서 인터넷정책과장, 네트워크기획과장, 정보보호기획과장을 거쳐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파견 근무했다. 2018년 이후 청와대(과기보좌관실) 선임행정관,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정책관을 역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 네트워크정책실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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