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이효민 화학공학과 교수·노준석 교수, 윤종선 박사, 통합과정 정춘환 씨 연구팀이 광(光) 반응성 고분자를 활용해 습도에 반응하는 다중 이미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구조색은 물질의 구조와 빛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색을 말한다. 나비의 날개에서 빛이 반사될 때 다양한 색상이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 예다. 일반적인 염료나 안료와 달리 구조색은 열과 화학물질에 강하며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이 뛰어나면서 독성이 없어 차세대 친환경 디스플레이로서 학계와 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구조색 기술 개발의 큰 걸림돌은 정보를 표현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특정한 구조색을 나타내는 구조가 물질의 표면이나 내부에 형성되면 이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설계된 색상과 이미지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습도와 같은 주변 환경의 자극을 이용해 색상을 조정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색상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여러 이미지를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카르복시메틸 셀룰로오스(CMC)'에 아자이드 그룹을 도입함으로써 기존 구조색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아자이드 그룹은 자외선 노출 시 교차결합을 유도, CMC로 이루어진 하이드로겔 박막을 원하는 영역에 원하는 두께로 패터닝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습도에 따른 팽창·수축 정도를 조절해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연구팀은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마이크로미터(㎛) 규모 각 픽셀의 화학적 팽윤 특성과 기하학적 두께를 동시에 제어함으로써 각 습도 조건에 따라 다중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예를 들어 습도가 85%일 때는 A 사이트로 연결되는 QR코드가 활성화되고, 습도가 더 증가해 95%에 도달하면 A가 아니라 B 사이트로 이어지는 QR코드로 바뀌도록 설계할 수 있다. 특정한 조건에서만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보안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효민 교수는 “팽윤 특성과 광학적 특성을 접목하여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습도 감응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기술은 정보 보호 및 안전한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포스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