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실장 칼럼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칼럼명은 과거와 현재를 잘 풀이해, 미래로 잇는 이야기 줄기를 만들자는 뜻에서 퓨처로그(FutureLog)로 잡았습니다. 우리 산업과 사회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소통창구가 되길 기대합니다. 많은 의견과 조언 바랍니다. 〈편집자〉
'파괴적 혁신'이란 어떤 선택일까. 또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 것일까? 이 개념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세계적 경영사상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존속 혁신'이 작동하지 않거나, 불가능해졌을 때 존속적인 상황이나 상태를 파괴함(Capacity-Destroying)으로써 기존 상태를 대체 또는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같은 때를 혼돈의 시대라 부른다. 뭘 해도 될 것 같지 않고, 가만히 있으려면 당할 것 같은 시기다. 그래도 발전하고, 성장하려는 삶이라면 지금까지의 '존속적인 것'과 작별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이 국가에든 개인이든 이전과는 다른 선택, 즉 완전한 새출발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금까진 어느 곳에서 말썽이 나면 조용히 정리하는 쪽이 미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세계 각국을, 곳곳을 소용돌이로 밀어넣고 있다. 글로벌 아노미상태란 이런 것일 게다. 횡포라고 하지만 국제질서는 그래왔다. 힘 있고, 강한 지도자에겐 늘 관대했고, 힘 없고 돈 없는 쪽엔 한없이 냉혹한게 오늘의 세계다.
물론, 여기서 정치적 견해나 당파는 배제했으면 한다. 트럼프의 재집권에 찬성하느니, 반대하느니는 그야말로 지엽말단적 주제다. 정치를 떠나 그 안에 숨은 논리와 방향을 짚어내는 것이 누구에게나 이득인 것이다. 반대한다고, 찬동한다고 없어질 분위기가 아니지 않는가. 파죽지세, 그의 행보에 무엇이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을까. 그건 바로 지금이 그런 때 인 것이다.
트럼프 옆엔 혁신가 일론 머스크가 있다. 그를 미국 내에서 조차 '정신이상자' '결핍형 천재' '엉뚱한 몽상가'라고 부르지만 트럼프의 시간 동안 꼭 필요한 인물임은 분명해 보인다.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미 정부기관 곳곳을 들쑤셔 놓고 있다. 당연히, 공직사회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11일(현지시간) 트럼프는 그를 백악관 오벌오피스로 불러다 놓고 반발세력에 들으란 듯이 “만일 투명성이 사라지거나 이해 충돌이 발생한다면 그(머스크)가 이런 일을 하게 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할 때까지 해보라고 판을 깔아줬다.
DOGE 자체는 부(Department) 명칭을 달고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식 직제에는 편재되지 않은 미 행정부 자문기구다. 여기 합류한 인물들이 또한 화제인데, 하버드 재학생 AI 천재 애단 샤오트랜(22), 피터 티엘의 티엘그룹 펠로십 루크 패리토(23), X와 xAI에서 머스크와 연을 맺은 마르코 엘레즈(25) 등 하나 같이 코딩과 소프트웨어, 해킹엔 도가 튼 정보기술(IT) 천재들이다. 이들이 연 5조달러(약 7300조원) 연방 예산을 주무르는 미 재무부 결제시스템을 장악하고, 약 400억달러(약 60조원) 예산을 쓰는 미 국제개발처(USAID) 폐쇄 작업을 주도했다. 교육부·에너지부·보건복지부 등 예산 많이 쓰는 부처가 다음 타깃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에 DOGE 같은 별동대가 생기면 어떨까. 기술과 혁신에 목마른 미래세대에게 지금까지 잘못돼 온 '존속'을 깨보라고 권한을 실어주면 어떻게 될까. 반드시, 혼돈만 가중될 일은 아닌듯 하다. 국민이 하자면 가능한 일 아닌가.
이진호 논설위원실장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