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격에 우리나라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국가와 품목을 가리지않고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전 산업계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4월 관세부과가 예고된 자동차 업계는 대미 수출 비중이 큰만큼 직격탄을 맞게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하방 압력에 따른 경제성장률 저하도 우려된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당장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직격탄이 예상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2일 전후'로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전기차를 포함한 승용차를 2016년부터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전례없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출은 707억8900만달러로 이 가운데 대미(對美) 수출은 347억4400만달러로 비중이 49.1%에 이른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KB증권은 10%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차·기아 합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차·기아 영업이익이 최대 1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대응 방안을 4월 전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 자동차 산업계와도 공동 대응 계획을 준비 중”이라며 “다각도 측면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보조금 재협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는 (보조금 계약을 체결한 각 반도체 기업의) 요구사항을 평가하고 변경한 다음 일부를 재협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 때 보조금 계약을 맺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 수령 등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47억4500만 달러(약 6조8000억 원),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돼 있다.
철강업계 역시 관세 25% 부과 및 쿼터제 폐지로 위기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우리나라는 협상을 통해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을 연간 263만톤(t)으로 제한하고 해당 물량은 무관세로 수출하는 쿼터제를 적용받아 왔다. 하지만 내달 12일부터 우리나라의 모든 대미 철강, 알루미늄 수출 물량에 대해 25% 관세가 적용됐고 쿼터제도 폐기된다.
이로 인해 미국산 철강재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돼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수출국들은 모두 동일한 조건에 놓여 있는데다 대미 수출 물량을 제한하던 쿼터제도 사라져 기회요인이 상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주 “미국산 철강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면서 대미 철강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면서도 “주요 철강 수출국과의 경쟁 조건이 동일화하면서 기회 요인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경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이는 3개월만에 0.4%포인트(p) 조정한 수치다. KDI는 대내적으로는 정국 불안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인으로 봤다. KDI는 “미국 통상정책 변화의 대상, 시기,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경우, 대내외 투자 수요가 축소되고 우리 수출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통상분쟁에 따른 교역 제약의 직접적 영향과 함께 이에 따른 각국의 경기 둔화는 우리 수출에 추가적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조선 산업은 유일한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건조, 보수 능력을 치켜세우며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함정 분야 협력도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조선사가 미국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공화당 마이크 리, 존 커티스 상원의원은 해군 함정 건조를 동맹국에 맡기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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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