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인도네시아에 구축하려던 통합 데이터센터 사업이 좌초될 처지에 놓였다. 이 프로젝트 주무기관인 기획재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통합데이터센터 구축 EDCF를 받지않겠다는 통보를 최근 받았다고 한다. 차관 위탁관리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접수했다.
이로써 우리 정부와 인도네시아 통신디지털부간 계약에 따라 지난 2023년부터 내년까지 총 사업비 1억8000만 달러(약 2600억원) 규모로 추진하려던 인도네시아 정부 통합데이터센터 사업은 사실상 중단이 불가피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12.3 계엄사태로 촉발된 우리나라 정치 불확실성과 대외 신인도 타격에 따른 상대국 결정이다. 더 들어가면 디지털정부 하드웨어·솔루션 공급 뿐 아니라 다른 개도국 수출 기회까지 연결하려던 우리 관련 기업들로선 여간 힘빠지는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윤석열 정부 들어 에너지자원·자동차 등 핵심분야를 축으로한 전략적 동반자였을 뿐 아니라,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도 남방외교 핵심 파트너로서 굳건히 역할해왔다. 하지만, 이번 협력 취소결정문을 받고 우리 기재부가 차관 계약 연장까지 제시하며 번복을 꾀했으나 끝내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 국내 정치사정으로 하여금 상대국을 사업 취소와 협력 중단 결심까지 몰아간 격이다.
정부는 우선 외교적 대화 통로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진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재부는 이번 사업의 주무 기관일 뿐 아니라, 현재로선 법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부처다. 따라서 정부수반의 통할권을 갖고, 인도네시아 정부와 당당히 이번 사업의 계약 전후 관계와 그간 진행 과정, 이 결정에 이른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 판단을 조속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에 양국 업계에 파다하게 퍼진, 후순위 입찰기업의 끈질긴 문제 제기와 사업 지연 원인을 명확히 하도록 요청하는 것도 앞으로 양국간 다른 국책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좋은 밑바탕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불확실한 정부 거버넌스를 조속히 재정립하는게 급선무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짧은 혼란기지만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인지, 못믿을 상대국인지 명확히 할 것이다. 앞으로 굳건한 동반자로서 펼쳐야할 프로젝트가 많은 인도네시아와 작게 잃고, 크게 얻는 관계 복원을 기대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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