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소비 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안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 '노 바이(No Buy)족'이 늘어나면서 유통업계의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가급적 지갑을 열지 않고, 필요할 경우에도 최저가 제품만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무지출 챌린지부터 짠테크까지
노 바이족의 가장 대표적인 소비 패턴은 SNS에서 유행하는 '무지출 챌린지'다. 하루, 일주일, 한 달 등 특정 기간 동안 필수적인 지출 외에는 돈을 쓰지 않는 방식이다. 이들은 이를 인증하며 서로 동기부여를 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재미를 느낀다.
또 다른 특징은 '짠테크' 열풍이다. 할인 쿠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추는 등의 전략이 일반화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기업의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분석하며, 신용카드 혜택과 적립 포인트를 활용해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식도 선호한다.
대형마트, 초저가 경쟁에 사활
이러한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상시 할인 행사를 강화하고,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초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월 단위 파격 할인 행사에 이어 연 단위 초저가 행사 '고래잇 페스타'를 연 5회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마트 역시 '더 핫' 캠페인을 통해 초저가 PB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제 '정말 싸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구매를 하지 않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비슷한 품질이라면 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 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바이족의 확산, 유통업계의 새로운 도전
노 바이족의 등장은 유통업계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가성비+가심비(심리적 만족감)'를 동시에 충족하는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 바이족의 소비 패턴은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 상황과 맞물려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통업계는 가격 인하 경쟁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절약'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소비 유도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