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콘 코리아]반도체 소재, 친환경 공정 잰걸음

반도체 소재 업계가 '친환경 공정' 준비 태세를 갖췄다. 특히 자연 분해가 어려워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불소계열화합물(PFAS)을 배제하려는 행보가 빨라졌다. 유해 물질에 대한 세계적 규제에 대응한 조처로, 반도체 산업의 주류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25'에서 반도체 소재 업체들은 'PFAS 없는(PFAS Free)' 반도체 소재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 소재에 PFAS를 포함하지 않는 소재 개발 움직임이 포착됐다.

동진쎄미켐은 PFAS 없는 불화크립톤(KrF) 감광액 기술을 소개했다. 감광액은 빛에 노출되면 성질이 변해 반도체 회로 패턴을 형성할 때 쓴다. KrF는 불화아르곤(ArF)이나 극자외선(EUV)보다 성숙한 공정이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에 여전히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PFAS를 배제해도 기존 KrF 감광액과 견줘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본 소재 업체 JSR도 PFAS 없는 KrF·ArF 감광액 기술을 선보였다. JSR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EUV 감광액 등 첨단 소재에도 PFAS를 빼는 기술 로드맵을 수립했다”면서 “시장 상황을 보고 반도체 제조사(고객)가 요구하는 시기에 적절히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PFAS 없는 소재가 주목되는 건 세계적 규제 움직임 때문이다. PFAS는 내열·발수·절연 등 특성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지만, 생분해가 되지 않고 축적돼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 PFAS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 역시 공정에서 PFAS 배제를 시도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규제에 대응, 현재 건설 중인 미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팹)에 PFAS 없는 소재를 우선 도입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원익머트리얼즈는 '그린 수소' 사업 전략을 공유했다. 수소는 웨이퍼 위에 결정막을 자라게하는 성장(에피택시), 증착, 플라즈마 식각, 어닐링(풀림) 등 반도체 필수 공정에 쓰이는 기체다. 반도체 공정용 고순도 수소는 대부분 메탄에서 추출해 생산하지만, 메탄에는 탄소(C)가 포함돼, 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꼽힌다.

원익머트리얼즈는 메탄 대신 탄소가 없는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친환경 수소를 만드는 '그린 수소' 사업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구에 대응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충주에 99.99%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연간 180톤 생산할 수 있는 준공한 바 있다.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시장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