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 AI 기술의 시대, 소프트파워의 힘

송민택 교수
송민택 교수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이 일상이 된 지금, 기업과 조직은 누구 손에 의해 움직이는가. 인간인가, 알고리즘인가. 하지만 일자리가 바뀌고 직무가 사라지는 변화 속에서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기술이 초래하는 변화는 단지 일의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일할 것인가'라는 조직문화의 과제다. 결국 본질은 기술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만큼 잘 설계하는가에 달려 있다.

전략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그 전략은 작동하지 않는다. 조직의 생명력은 정교한 시스템이 아니라 구성원간의 자발성과 지속성에서 비롯된다. AI가 효율성을 높이고 블록체인이 신뢰를 재설계하는 시대일수록 조직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와 함께 진화할 수 있는 내적 에너지다. 그 에너지는 바로 문화에서 나온다.

현대 첨단기술은 조직의 위계와 권한 구조, 의사결정의 흐름까지 재편하고 있다.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점차 자율성과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으로 대체되고 블록체인의 분산 시스템은 피라미드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처럼 기술은 조직의 작동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메커니즘이 됐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조직은 유연해지지 않는다. 기술은 구조를 바꾸지만 관계를 바꾸는 것은 문화다. 기술에 의한 조직변화의 필요성은 일부 스타트업이나 혁신기업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선도 기업들은 기술 도입과 함께 조직문화의 전환을 중시해 왔다. 실무자가 데이터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고 실패를 학습 자산으로 삼으며 유연한 운영과 실험을 장려하는 분위기는 이제 모든 기업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 흐름이다. 다만, 기술과 문화가 언제나 조화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이 결정을 대신할 때 인간의 직관은 밀려나고, 블록체인의 완벽한 기록은 사고의 융통성을 제한할 수 있다. 기술이 기업 생존에 필수로 작용하려면 기술로 포착하지 못하는 회색지대를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는 문화 기동 장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공감이다. 기술이 선도할수록 조직 구성원들은 왜 이 일을 해야만 하는가를 함께 묻고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도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플랫폼 기반 협업이나 원격근무, 네트워크형 조직처럼 경계가 희미해지는 환경에선 공통된 방향성과 정서적 친밀감이 조직의 지속성을 결정짓는다. 기술이 모범답안을 제시할지언정, 최종 선택과 책임은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건 정답을 아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찾아가는 유연한 사고다. 그 힘은 기술이 아닌 구성원들이 함께 배우고 대화하며 일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한편,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직무를 요구한다. AI 윤리 관리자나 데이터를 해석하고 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정자, 분산형 조직 운영 설계자 같은 역할은 기술이 조직 안에서 인간의 언어로 작동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다. 이들은 기술이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정서에 맞게 작동하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기술이 구조를 움직이는 힘이라면 기술을 사람과 연결하는 힘은 결국 관계와 해석을 다루는 소프트파워다.

지금 우리는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많은 후보자들이 AI와 첨단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기술이 사회를 움직이게 만드는 진짜 힘은 문화라는 보이지 않는 기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직도 사회도 정치도 결국은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연결하고 공감하는가에 따라 지속가능성이 달라진다. 진정한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공감과 공유, 감동과 동행이 살아 움직이는 문화에서 시작된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nagaiaid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