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등록된 전기차 10만대 당 화재 건수가 내연차보다 20% 가량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1년에 한두 건 접수되던 전기차 주차거부 민원은 최근 6개월 동안 50건을 넘어섰다.
본지가 환경부·소방청·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로부터 입수한 최근 6년 간 '전기차·내연차 화재 건수·등록대수 및 최근 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10만대 당 화재 건수는 총 11.89건으로 내연차(14.95건)보다 20.47% 적었다.
지난해 전기차 화재사고 감소 폭도 내연차보다 컸다. 전기차 10만대 당 화재는 전년 대비 18.23% 감소한 반면 내연차는 같은 기간 0.96% 줄어드는데 그쳤다.
화재 절대 건수를 비교해도 지난해 전기차 화재는 총 73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1.39%) 늘어났다. 작년 전기차 보급대수가 68만4244대로 전년보다 대폭(25.80%) 증가한 것과 대조적으로 화재 건수는 사실상 동일한 셈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내연차 화재는 총 3811건으로 전년 대비 4.40% 증가했다. 내연차 보급대수는 2557만5744대로 전년 수준(+0.81%)에 그쳤던 반면 화재 건수는 상승했다.
전기차 화재 감소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 국내 등록된 전기차 10만대 당 화재건수(추정)는 전년 대비 30.80% 급감했다. 반면 1분기 내연차 10만대 당 화재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3.45% 증가했다.
이 같은 전기차 화재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화재 포비아(공포증)로 인한 건물주들의 전기차 주차거부 사례는 급증했다.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에 접수된 민원은 작년 8월 인천 청라 화재 전 연간 1~2건 수준이었지만, 최근 6개월 동안 50건 이상으로 급격히 늘었다. 현 추세라면 전기차 주차 거부 사례는 연간 10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이 전기차 및 사용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관련 기업 모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세경 경북대 교수는 “전기차 화재 대책은 소방도 중요하지만 스마트제어 충전기, 전기차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예방 인프라 보급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주차·충전 관련 안전성을 지속 강화해 전기차 전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