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통령 선거를 20일 앞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선포한 '반(反)이재명 빅텐트'가 마지막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보수 유권자 결집과 중도 확장을 통해 '추격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의도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스몰텐트도 쉽지 않다”는 회의론과 함께 대선판을 뒤흔들 한 방으로 자리잡기엔 구조적 제약이 크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3일 대구·경북 선대위 발대식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에 대해 “지금의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계엄 탄핵 파도를 넘어서서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는 비상계엄에 대해 그동안 '잘못됐다'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면 반대했을 것'이라고 했던 김 후보의 과거 발언 수준과 비교해 한발 더 나아간 입장이라는 평가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계엄 사태로 국민이 고통스러워하고 어려움을 겪는 데 대해 후보가 공식적으로 유감 표명을 한 것”이라며 “이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또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출당 조치를 할 계획이 없다”며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기조에도 출당에는 선을 그었다.
김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빅텐트를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앞서 그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등록한 직후 “반국가·반체제 세력을 막기 위한 '광폭 빅텐트'를 세우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1990년대생 김용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공동선대위원장·청년본부장으로 파격 임명했다. 과거 이준석계로 분류됐던 김 의원을 전면에 내세우며 '쇄신·통합'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다.
또 나경원·안철수·양향자 등 다양한 계파 인사들을 공동선대위원장에 포진시키며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시장, 한덕수 전 총리 등 주요 인사들의 선대위 참여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나 의원은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함께 하라”며 공개 호소에 나섰지만 대답은 없었다. 앞서 이낙연 전 총리도 사실상 연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후보는 빅텐트를 원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내부 수습용 스몰텐트에 가까운 형국이다. 그가 마지막 빅텐트 퍼즐로 삼은 인물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다. 김용태 위원장을 매개로 단일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탄핵 반대파와는 어떤 방식으로든 단일화할 수 없다”며 연일 대선 완주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광기의 빅텐트' '극우 폭동세력 결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보수 내부 이탈을 자극하는 판국이다.
빅텐트 전략이 위기에 놓였지만 김 후보 지지율은 소폭 상승세 보이고 있다. 후보 등록 이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 지지율은 38.2%로 이재명 후보(49.5%)와의 격차를 11.3%포인트(P)로 줄였다. 이번 조사는 한길리서치가 글로벌이코노믹 의뢰로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다. (무선 ARS RDD 방식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응답률은 6.4%.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당 지지율(민주당 42.5% vs 국민의힘 36.8%)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찬성(58.4%) 여론까지 감안하면 '정권 심판' 구도에서 김 후보가 확장력을 발휘하기엔 구조적 제약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당 안팎에서도 '지지율 40%' 돌파가 현실적인 최대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준석 등 제3지대와의 연대 실패 시 '35% 수성'도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진단한다.
선대위 소속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빅텐트를 통한 외연 확장으로 막판 반전을 꾀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단일화보단 정책과 인물 경쟁력을 통한 중도층 회복이 더 현실적인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