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알(JR)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이차전지 스타트업인 에너베이트에 배터리 셀을 공급한다. 에너베이트가 설계한 배터리를 위탁생산하는 것으로, JR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파운드리' 사업이 본격화됐다.
JR에너지솔루션은 에너베이트와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와 물량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JR에너지솔루션은 다음달 중 충북 음성 공장에서 에너베이트에 납품하는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에너베이트는 15분 이내에 전기 트럭을 급속 충전할 수 있는 실리콘 음극재 기반 배터리를 개발했는데, 이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내용이다.
에너베이트는 한국계 벤자민 박 박사가 창업한 배터리 설계 기업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가 있다. 배터리 제조 시설이 없어 위탁생산 업체가 필요한데, JR에너지솔루션이 낙점을 받았다.
에너베이트는 JR에너지솔루션에서 조달한 배터리를 캘리포니아 주정부 기관인 사우스코스트 대기관리국(SCAQMD)에 공급한다. SCAQMD는 에너베이트 배터리를 활용해 상용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실증 사업을 전개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팹리스-파운드리' 사업 모델이 배터리 산업에서도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에너베이트는 팹리스, JR에너지솔루션은 파운드리, SCAQMD는 최종 수요 기업인 구조다. 퀄컴이나 브로드컴 등이 설계한 반도체를 TSMC나 삼성전자가 위탁생산하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JR에너지솔루션은 반도체 파운드리 개념에 착안, 배터리 전극 위탁생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파운드리 범위를 양극과 음극인 전극에서 셀 제조로 확대했다. 배터리 생산의 높은 기술 난도와 투자비 문제로 배터리 일부 공정에 해당하는 전극 이외에 셀까지 위탁생산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덕근 JR에너지솔루션 대표는 “고객사가 고성능 배터리 셀을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회사 목표”이라며 “에너베이트와 협업은 전기 트럭 시장 확대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