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실적 회복·무르익은 美 협력 속 임단협 암초 우려

HD현대중공업 2025 임금교섭 상견례.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2025 임금교섭 상견례. HD현대중공업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임금·단체교섭 협상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높은 임금 인상과 성과급 등을 요구하는 노조가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아 실적 회복세와 미국과의 협력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21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 노사는 이날 2025 단체교섭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한화오션 노조)는 이번 단체교섭에서 △기본급 기준 월간 임금 14만1300원 인상 △복지포인트 100만원 및 하계 휴가비 120만원 지급 △사내 복지기금 50억원 출연 △신규채용(내국인) 및 조건없는 정년연장(만 65세)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 20일 HD현대중공업 노사도 상견례를 갖고 임금교섭을 시작했다. 노조는 한화오션 노조와 동일한 임금 인상과 더불어 △정년연장(임금 피크제 폐지)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근속 수당 1년에 1만원 △휴양시설 확대 특별 예산 50억원 출연 등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양사 노조는 불황의 터널을 지나 수익성이 개선된만큼 임금 인상과 이익 배분 등을 정상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1분기 각각 4337억원, 25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36.2%, 388.8% 증가한 실적이다.

양사는 노조의 요구안을 검토한 후 제시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노조의 요구를 온전히 수용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적자에서 탈출한만큼 체력을 키워야 하는 시점이며 미래 선박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 및 성과급은 부담이다. 정년연장의 경우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요구안 관철을 위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결사 투쟁의 각오로 예년과 비교도 안될 투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교섭 중에도 24차례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함께 각종 수당, 제도개선에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파업 시, 생산 차질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또 미국과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협력 논의도 납기, 신뢰 등이 중요한만큼 협력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졌지만 정상화가 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을 흔쾌히 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