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코로나보다 어렵다”…중소기업·소상공인, 최저임금 동결 촉구

“대출 연체율과 폐업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찍는 마당에, 최저임금 인상은 곧 생존 포기와 같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을 일주일여 앞두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단체들이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을 동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소기업계는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지불능력을 벗어난 인상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에 동결 결정을 촉구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6년 적용 최저임금 관련 중소기업계 기자회견'에서 편의점주 등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6년 적용 최저임금 관련 중소기업계 기자회견'에서 편의점주 등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이오선 부산청정표면처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주요 업종별 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들이 참석해 현장의 고충을 쏟아냈다.

중소기업계는 호소문을 통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지난 10년간 약 70%가까이 올랐으며, 경쟁국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며 “내수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대출 연체율과 폐업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 최저임금 인상은 감당 불가능한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최저임금은 반드시 올해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9일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부결된 '사업종류별 구분 적용' 필요성도 거듭 주장했다. 이들은 “업종별로 다른 사업주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며 “내년에는 충실한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히 논의되어서 일부 취약 업종부터라도 구분 적용이 시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장에 참석한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위기를 생생히 전했다. 김학순 신동묘삼계탕 대표는 “작은 식당에서는 인건비가 오르면 더는 못 버틴다”며 “주변에는 빚이 있어서 폐업도 못하거나, 폐업에 드는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례가 많다. 최저임금 인상이 과연 서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인지 다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택주 오피스디포 관악동작점 대표는 “사업주들은 시급 외에도 주휴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등 각종 의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최저임금만 아니라 최소한 주휴수당 부담이라도 줄어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제조 업계의 위기감도 컸다. 곽인학 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 자체가 기준이 되어 모든 중소기업이 인건비 압박을 받는다”며 “노동생산성 개선없이 인건비만 오르면 R&D와 같은 미래 투자는 할 수 없어지고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광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IMF, 코로나 때 보다 어려운 최악의 상황이며, 빚을 내서 버티던 소상공인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와 중소기업 고용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동결 수준의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동결 가능성에 대해 “그간 최저임금이 한 번도 동결된 적은 없지만, 올해는 기준액이 이미 1만원을 넘어서며 G7·OECD 주요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며 “지속된 내수 부진에 더해 내년에는 관세 영향 등으로 수출까지 위축될 것으로 보여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