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교실'은 오랫동안 우리 교육이 지향해 온 이상이자,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못한 과제다. 학생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교실에서 학생 간,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이 줄고 이해와 존중이 살아난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한 교실이다. 일선 고등학교 교장 시절, '행복교실 사업'을 시범 운영한 바 있었다. 작고한 정신의학자 박형배 박사와 함께 학생들의 신경생리학적 두뇌 특성을 분석해 상호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이해를 증진하는 교육모델을 개발·실행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생과 교사의 두뇌타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복한 교실의 가능성을 보았다. 간단한 두뇌 유형 분석을 통해 각자의 어느 뇌가 우성인지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기에 서로의 두뇌 유형을 아는 것만으로도 갈등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신경생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각기 다른 두뇌 우성(좌전뇌, 좌후뇌, 우전뇌, 우후뇌)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고방식, 감정표현, 갈등 대처 방식 등이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좌측 전뇌 우성의 학생은 목표지향적으로 논리적·분석적 사고에 강하고, 우측 후뇌 우성의 학생은 화합과 감성적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름'이 곧 '갈등'이 되어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게 된다. 특히 좌측 전뇌가 우성인 아이와 우측 후뇌가 우성인 아이가 짝이 되면 사사건건 싸우게 되는 것이 그런 이유이다. 어른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두뇌 유형이 다름을 알고 서로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다툼은 줄어들게 된다.
교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쉽게 갈등이 일어나고, 그 영향 또한 큰 공간이다. 학생은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친구에게 전이하거나, 선생님의 한마디에 이유 모를 반발을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선생님 또한 학생의 두뇌 특성과 심리를 모르고 대응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두뇌 유형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교사와 학생, 나아가 학부모까지 공유한다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필자가 시범 운영한 학교에서는 교실 전면에 학생 각자의 두뇌 유형을 시각적으로 게시하고, 그 특성에 대해 함께 알아가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나는 다르다'가 아니라 '우리는 다르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교실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담임교사도 자신의 두뇌 유형과 학생들의 두뇌 유형을 알게 된 후로는 효과적인 상담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안타까운 것은 단위 학교의 유의미한 시범 운영 결과가 일반화되지 못하고 사장됐다는 것이다.
시범 운영 당시 조사에 따르면, 일반고의 경우 우측뇌가 우성인 아이들이 좌측뇌가 우성인 아이들보다 많았다. 그런데 교사들은 대부분 좌측뇌가 우성이어서 우측뇌가 우성인 아이들에게 적합한 학습지도를 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우측뇌가 우성인 아이들이 수학·과학 등에 약한 것은 그들에게 맞는 학습지도를 해주지 못해서라는 이야기도 된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학습뿐만 아니고 생활지도에서도 두뇌타입을 활용하면 매우 효율적일 것이다. 학급의 짝을 배치하는 것부터 여러 가지를 응용·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아이들의 진로선택에도 두뇌 유형을 참고하면 보다 과학적 진로지도가 가능해진다.
돌아보니 이 사업에 대한 전문가의 계속 연구와 이에 따른 현장 적용이 필요하다. 교사 대다수가 '좌측 전뇌 우성'이라는 사실은 현행 대다수 교사들의 수업 방식이 논리적·분석적인 학생에게는 유리하지만, 감성적·창의적인 학생에게는 오히려 소외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행복교실 사업'은 고비용 사업이 아니지만, 그 효과는 학교를 넘어 가정과 사회로 확산할 수 있는 고효율 사업이다. 학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강한 소통을 회복하는 문화운동이 될 수도 있다.
이대영 한국교과서협회 이사장 edubbang@naver.com
◆이대영 한국교과서협회 이사장 =성동고·구정고·금옥여고 등 다수 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한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와 학교혁신담당 팀장,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 서울특별시부교육감(교육감권한대행), 서초고등학교장, 국립공주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