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이 전기요금·공제 납입 이력만으로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오는 9월부터 새 대안신용평가 서비스가 도입돼, 저신용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 완화와 대출 기회 확대가 기대된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전력공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소상공인 포용적 금융지원을 위한 서비스 제휴' 협약식을 열고, 신용 사각지대를 해소할 새 평가모형을 공개했다.
이번 서비스는 전기 사용 정보와 공제 납입 이력 등 실질적인 영업 활동 데이터를 신용 평가에 반영한다. 기존 소상공인 신용평가는 사업주의 금융활동 이력 위주로 이뤄졌다. 제2금융권 대출이 많거나 금융 거래 실적이 적은 자영업자는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윤희 KCB 부장은 “영세 소상공인의 신용평가를 개선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며, “실제 사업장의 영업 활발도는 전기사용 정보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은 공제금 납부 정보로, 성실 상환 의지는 각종 요금 납부 내역으로 평가하는 구조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사는 지난해 여름부터 법률 및 가이드라인 검토, 데이터 결합 및 분석 과정을 거쳐 올해 6월 모형 개발을 완료했다. 현재 각 기관 IT시스템과 연동한 전산 작업을 마치고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평가모형은 서울대와 KCB가 공동 개발한 AI 알고리즘 '맥스AI' 기반으로 구성됐다. 블랙박스처럼 결과만 나오는 기존 AI와 달리, 평가 사유까지 명확히 설명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한 창업 5년 차 동네 음식점 사장이 3등급을 받은 경우, '노란우산공제를 장기적으로 성실히 납부했고, 전기 사용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식의 평가 사유가 함께 제공된다.
신용평가 방식도 간편하다. 소상공인이 금융기관이나 보증기관에 자금 지원을 신청하면, 해당 기관은 KCB에 신용평가를 요청하고, KCB는 중기중앙회·한전으로부터 실시간 정보를 받아 분석해 결과를 돌려주는 구조다. 소상공인은 별도의 서류 없이 자동으로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 대안모형이 적용되면 전체 소상공인 600만 명 중 약 36%에 해당하는 218만 명의 신용등급이 상승하게 된다. 이로 인해 금리 인하나 대출 한도 확대 등 실질적인 금융 부담 완화가 기대된다.
또 기존 7등급 이하로 여신이 제한됐던 약 18만 명의 소상공인이 6등급 이상으로 상향돼, 신규 대출 개설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이번 대안신용평가 서비스는 기존 금융 거래 실적이 부족했던 소상공인에게도 실질적인 신용등급 상향과 이자 경감, 신규 대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모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100여 개 항목의 데이터를 3개 기관이 1년간 공동 검토해 만든 성과로, 단순 협약을 넘어 실효적인 결과물이 나온 매우 드문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매달 성실히 납부한 전기요금, 전력 사용량의 꾸준한 증가세 등은 소상공인의 영업 연속성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이며, 이를 신용정보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AMI(지능형 원격 검침 장치) 등 에너지 신기술 인프라가 기반이 되었지만, 아직도 구축되지 않은 517만 가구에 대한 정보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MOU를 통해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황종섭 KCB 사장은 “앞으로도 데이터 융합 기반 신용평가 혁신을 통해 포용적 금융 환경 조성이라는 공익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