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을까 봐 숨겼다”... 美 연구팀, 몰래 날씨 실험하다 적발

제주도 5배 해역서 '구름 생성' 실험 계획
지역 시의회 제지로 실험 20분 만에 중단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팀이 항공모함으로 해수면 위에 인공 구름을 만드는 실험을 계획했다가 적발됐다.

27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4월 퇴역 항공모함 'USS 호넷' 위에서 바닷물 입자를 미세하게 분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가 캘리포니아 알라메다 시의회에 적발돼 실험 시작 20분 만에 종료했다.

워싱턴대가 주도하고 민간 연구단체 '실버라이닝' · 과학 비영리 기관 'SRI 인터내셔널'이 참여하는 이번 연구는 '해양 구름 밝히기 프로그램'(MCB·Marine Cloud Brightening)'의 일환으로 바다 위에서 인공적으로 구름을 생성해 태양 빛을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당초 연구팀은 북미, 칠레, 남아프리카 인근 해역에서 푸에르토리코 면적과 맞먹는 약 1만 100k㎡ 규모 해상 실험을 구상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605.2k㎡)의 16.7배, 제주도(1,850.27k㎡)의 5.5배에 달하는 크기에서 진행되는 대형 해상 실험이다.

연구팀은 이에 앞서 알라메다 항공모함 갑판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수 개월 간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지역 사회와 소통 없이 비공개로 연구를 강행했고 결국 지역 당국의 제지를 받게 됐다.

연구팀은 “기술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실험으로 날씨나 기후가 변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기상 관련 실험을 비공개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후에는 내부적으로 “지원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겠지만, (사람들이) 너무 겁먹지 않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나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한 관계자는 동료에게 “프로그램 취재 기자에게 알라메다 연구를 언급하지 말라”는 메일을 보내는 등 입단속 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에너지부(DOE) 등 정부 기관과 협업해 선박과 항공기 등을 지원을 받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후 위기를 '음모론'이라고 공공연히 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한 데 이어, 2024년 비공개 실험이 적발되면서 연방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정부의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대기과학 연구자들은 해당 프로그램 자체의 타당성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다니엘 비지오니 코넬 대학교 교수는 “푸에르토리코 규모의 실험이라고 하더라도 기상 패턴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낮다. 이미 지구 표면의 30%가 구름으로 덮여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비지오니 교수도 '당국의 협조를 구하지 않은 비밀 실험의 진행이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