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현행 16시간 거래를 22시간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나스닥도 내년 하반기부터 24시간 거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를 계기로 유럽과 아시아 주요 거래소들 역시 거래시간 연장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움직인다. 한국거래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래를 제공하는 방안을 두고 증권사 대상 설문을 진행하는 등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배경에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약진이 있다. 출범 5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이 20~30%대로 치솟으며, 70년 가까이 이어진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에 균열을 냈다. 점유율 하락과 수익 감소에 맞서 거래시간 확대는 남은 승부수로 떠올랐다.
전 세계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 급격한 확대도 불씨를 당겼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국가 보증이나 공인 청산·결제기관 없이도 24시간 365일 거래된다. 매수·매도 직후 곧바로 체결과 정산이 이뤄지는 '즉시성'은 투자자 경험을 뒤흔들며 새로운 신뢰를 만들어냈다. 사용처에 대한 의문과 극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5400조원으로 한국 상장주식 전체 시가총액(약 300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2030 세대에게 주 7일, 24시간 자동화된 거래는 이미 일상이다. '즉시 사고팔 수 있다'는 반복적 경험은 자연스러운 신뢰를 쌓았다. 이는 제도적 장치가 아닌 거래 경험 자체가 신뢰를 만든 대표적 사례다.
세계 금융시장이 24시간 경쟁 체제로 향하는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국내 시장은 자금 유출을 최소화할 전략과 함께 흔들림 없는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세에 앞서가지 못해도 따라는 가야 한다. 우선은 투자자가 언제든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확신, 바로 그것부터 확보해야 한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