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브로커와 컨설턴트의 경계

“정부 지원사업은 전문가 도움 없이는 떨어질 게 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간담회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가 털어놓은 말이다. 정부 지원사업은 늘었지만 복잡한 요건과 까다로운 절차는 여전히 기업들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이른바 '브로커'다.

브로커는 종종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지원서 작성, 심사 대응, 발표 코칭까지 돕는다는 점에서 역할은 비슷하다. 그러나 인식은 다르다. 브로커는 허위 서류를 꾸미거나 조작을 유도하며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는 부정적 존재로 여겨진다. 반면 컨설턴트는 일정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법적으로 기업을 돕는 긍정적 서비스로 인정된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둘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높은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기부는 최근 '브로커 뿌리 뽑기'에 나섰다. 제3자 부당개입 행위를 법률로 정의하고 금지 의무를 명문화하는 한편, 정책금융기관이 제재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경찰청과 협력해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불법 광고는 포털사와 협조해 차단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단속 강화만으로 해결될까. 수십 년간 근절을 외쳤지만 시장이 여전히 유지되는 이유는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 기업들이 이를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속을 강화할수록 시장은 음성화되고, 결국 피해는 다시 기업에 돌아온다.

필요한 것은 단순한 근절이 아니라 양성화와 관리다. 우선 정부 지원사업 절차를 꼭 필요한 항목 위주로 단순화하고,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공공 컨설팅 채널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AI 기반 작성 도우미나 정부 인증 무료 컨설팅을 제공하면 합법적이고 접근성 높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민간 컨설팅도 전면 배제하기보다 합리적 수수료와 성과보수형 모델로 관리해야 한다. 불법과 편법은 차단하되, 합법적 컨설턴트는 제도권 안에서 양성화하는 것이 기업에도, 제도에도 도움이 된다. 단속의 반복이 아닌 공정하고 효율적인 지원사업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자료 게티이미지
자료 게티이미지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