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지식을 반영한 진화한 인공지능(AI)을 개발해 의료 질의 상향 평준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양은호 에이아이트릭스 최고연구책임자(CRO)는 의료AI의 궁극적인 목표를 지역이나 진료과목 구분 없이 서비스의 상향평준화라고 강조했다. 최근 지역소멸과 필수의료 공백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의료AI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 모색해 보겠다는 것이다.

양 CRO는 “현재 많은 의료AI기업이 질병 진단이나 예측 등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의료질의 균등한 상향 평준화가 목표”라면서 “의료AI가 의사를 대신할 수 없지만 처치나 수술, 전원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신속한 판단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CRO는 에이아이트릭스 공동 창업자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인 김광준 대표를 주축으로 양 CRO 등 컴퓨터 공학 전문가 3명이 합심해 설립했다. 양 CRO는 에이아이트릭스에서 연구를 총괄하는 동시에 KAIST AI대학원 부교수를 맡고 있는 국내 AI 석학이다.
그는 의료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현재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의료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시장이 의료AI 영역을 주도했지만 더 성장하기 위해선 정확도를 넘어 '근거 기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양 CRO는 “의료AI 2.0 시대에는 생성형 AI 모델을 기반으로 의료지식을 학습한 수준 높은 AI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이라며 “이와 함께 AI가 내린 판단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 역시 시장 확장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에이아이트릭스도 정확도와 함께 사용자(의사)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설명가능한 인공지능(XAI)'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 주력 솔루션인 '바이탈케어'에 이르면 내년 이 기능을 탑재하는 게 목표다. 바이탈케어는 입원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패혈증, 사망, 심정지 등 상태 악화를 조기에 예측한다. 단순히 4~6시간 전에 환자 상태를 예측하는 것에 더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의학적 근거까지 제시할 계획이다.
양 CRO는 “AI가 환자 상태를 예측해 준다고 해도 최종 결정과 행동은 의료진이 하기에 의사결정을 지원할 근거를 충분히 제시해야 솔루션의 신뢰도도 높아진다”면서 “근거 제시와 함께 추후 거대언어모델(LLM)을 적용해 상황별 대응 가이드라인까지 줄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많은 대형병원도 주 공급 대상이지만 지역에 있는 의료기관까지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XAI 기능을 탑재하더라도 기존 컴퓨팅 파워에서 구동되게끔 개발 중”이라며 “병원 규모와 상관없이 신속하게 데이터를 끌어오고 분석하는 AI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