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복잡한 변형 유전자 네트워크' 제어...정상 회복 성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세포의 변형된 유전자 네트워크에 적용해 유전자 제어 타겟을 찾아 회복시키는 범용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암 가역화와 같은 새로운 항암치료법 및 신약 개발, 정밀의료, 세포치료를 위한 리프로그래밍 등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조광현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팀이 대수적 접근법을 활용해, 변형된 세포 자극-반응 양상을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유전자 제어 타겟을 체계적으로 발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대수적 접근법은 유전자 네트워크를 수학 방정식으로 표현한 뒤 대수 계산을 통해 제어 타겟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정상 자극-반응 양상 회복 위한 제어타켓 발굴 모식도
정상 자극-반응 양상 회복 위한 제어타켓 발굴 모식도

연구팀은 세포 속 유전자들이 서로 얽혀 조절하는 복잡한 관계를 하나의 '논리 회로도(불리언 네트워크)'로 표현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포가 외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형 지도(표현형 지형)'로 시각화했다.

그리고 '세미 텐서 곱(semi-tensor product)'이라는 수학적 기법을 활용해 이 지도를 분석한 결과, 어떤 유전자를 조절하면 세포 전체 반응이 어떻게 달라질지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실제 세포 반응을 결정하는 주요 유전자들은 수천 개 이상이어서 계산이 매우 복잡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수치학적 근사(테일러 근사)' 기법을 적용해 계산을 단순화했다. 복잡한 문제를 풀기 쉽게 간단한 공식으로 바꾸어도 결과는 거의 똑같이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세포가 어떤 안정 상태(끌개)에 도달하는지를 계산하고, 특정 유전자를 제어했을 때 세포가 어떤 새로운 상태로 바뀌는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비정상적인 세포 반응을 정상 상태와 가장 유사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핵심 유전자 제어 타겟을 찾아낼 수 있었다.

표현형 지형으로 나타내진 정상 자극-반응 양상회복 개념도
표현형 지형으로 나타내진 정상 자극-반응 양상회복 개념도

연구팀은 개발한 제어 기술을 다양한 유전자 네트워크에 적용해 실제로 세포의 변형된 자극-반응 양상을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유전자 제어 타겟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음을 검증했다.

특히 방광암 세포 네트워크에 적용해, 변형된 반응을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유전자 제어 타겟들을 찾아냈으며, 또 면역세포 분화 시 대규모 왜곡된 유전자 네트워크에서도 정상적인 자극-반응 양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유전자 제어 타겟들을 찾아냈다. 기존에는 매우 오랜 시간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근사적인 탐색만 가능했던 문제를 빠르고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조광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 운명을 결정짓는 유전자 네트워크의 표현형 지형을 분석·제어하는 디지털 셀 트윈 모델 개발 핵심 원천기술로 평가된다”며 “향후 암 가역화를 통한 새로운 항암치료법, 신약 개발, 정밀의료, 세포치료를 위한 리프로그래밍 등 생명과학·의학 전반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AIST 정인수 석사, 코빈 하퍼 박사과정 학생, 장성훈 박사과정 학생, 여현수 박사과정 학생이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에서 출간하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22일자 온라인판 논문으로 출판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