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발전 부문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철강·석유화학 업계가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나비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와 석유화학사는 발전 부문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 상향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 전환 촉진을 위해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현재 8000~9000원 수준인 국내 배출권 가격은 2030년 4~5만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 전가다. 발전사들이 유상으로 구매한 배출권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경우 소비자, 산업계에 부담이 불가피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022년 킬로와트시(㎾h)당 105.5원에서 올 1분기 192원으로 82% 오른 바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배출권거래제의 전기요금 인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25~50%로 인상할 경우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에너지 집약 업종별로 적게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5000억원에 달하는 원가 부담이 발생한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업계는 중국발 과잉 공급 등으로 장기 불황에 빠진 상태다. 여기에 전기요금이 더 오르면 체력의 한계가 더 빨리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탄소중립 지연 우려도 나온다. 철강업계의 경우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로 사용을 늘리고 있다. 또 궁극의 목표인 수소환원제철 역시 수소를 전기로 분해해야 하므로 전력 소비가 크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분해 전기화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면 추진이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사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은 발전차액계약제도를 운영해 재생에너지와 화석에너지 간 원가 상승 차이를 정부가 보전, 기업 부담을 줄이고 있다”라면서 “에너지 가격은 국제 산업 경쟁력과 연관되기 때문에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업계에는 특별법을 통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발의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는 산업용 전기 요금 인하 내용이 빠져있는데 이를 보완해 입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화학특별법에도 산업용 전기요금 등 에너지 특례 적용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탄소중립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라면서 “특별법에 전기요금 경감 내용이 담기는 등 완충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