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스핑크스는 길을 지나려는 이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그 답을 맞히지 못하면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는 국제무역의 길목에서도 새로운 스핑크스를 만난다. 그것은 바로 무역기술장벽(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이다.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만들어낸 복잡한 규제인 TBT는 기업에 풀기 어려운 문제를 던진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면 수출길은 막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규제를 풀어내는 해법을 찾아내면 이는 곧 경쟁국과 경쟁기업 대비 상대적 우위에 설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열쇠가 된다.
최근 포스코 등 국내 철강 업계에서도 인도 철강 수출 TBT 이슈가 발생했었다. 급작스러운 제도 변경 사례였지만, 정부와 관계기관, 그리고 업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발빠르게 해법을 마련해 TBT 해법 찾기의 모범 답안을 보여줬다.
지난 6월 13일 인도 정부는 갑자기 3일 후 부터 철강 제품에 대한 품질규제 및 인증 요건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고품질·고강도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던 우리 나라 철강기업들에게는 돌발변수였다.
기업 단독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주지 않고 급박히 규제를 시행해 자칫 수천억원대의 수출이 불가능해질 상황이었다. 뜻밖의 난관 앞에서 국가기술표준원은 철강업계에 일일이 연락해 곧 시행될 인도 규제를 신속히 전파하고 대책회의를 개최했고, 우리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식 대응 서한을 발송하였다.
또 이를 토대로 현지 인도대사관을 통해 인도측과의 고위급 양자회의를 추진하는 등 다각도로 대응에 나섰다. 포스코 등 관련 업체도 정부와 한 목소리를 내며 비슷한 처지에 놓인 외국업체들과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러한 민·관의 협력과 발빠른 대응 덕분에 인도 정부는 우리의 요청을 수용해 16일 만에 한국산 제품에 대해 신규 품질규제 및 인증 요구를 면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연간 3조원 규모의 인도 수출 물량을 지켜내고 한국산 철강제품의 품질 신뢰성을 현지 정부에 각인시키는 효과까지도 거둘 수 있었다.
무역의 길은 언제나 쉽지 않다. 무역기술장벽은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은 더욱 강해진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어려움 속에는 언제나 기회가 숨어있다.
스핑크스 앞에서 멈춰 선 여행자가 아닌, 길을 여는 오이디푸스와 같이 수수께끼를 풀고 지혜로운 답변자가 되는 것, 그것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앞으로도 이러한 기업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보제공 역량 확대, 법률(안) 통과 및 예산 등 제도적 뒷받침을 위한 시책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김대자 국가기술표준원장 daeja@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