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가 전국에서 시행됐다. 정부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시·도로 이관하고, 각 지역이 직접 고등교육 모델을 설계하라고 주문했다. 경기도도 5월 말 RISE 수행대학 50개교를 선정하며 실행단계에 진입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제도가 출범했다는 것만으로 현장이 바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반도체·인공지능(AI) 분야는 특히 그렇다. 이론은 강하지만 실습 경험이 부족한 졸업생이 현장에 투입되면 실무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 '학위는 있는데, 장비는 처음'이라는 말은 더 이상 유머가 아니다. 결국 핵심은 교육과 현장 사이의 시간 차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현장에서 시급한 기술 중심으로 짧고 집중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패키징, 전력·냉각, 장비 유지보수 등은 인력이 부족한 대표적 분야다. 이를 6~12개월 단기 과정으로 구성하고, 실제 반도체 기업이나 데이터센터와 연결해 '실습형 과제'를 수행하게 하면 실무 적응력이 높아진다.
둘째, 대학 수업 방식도 바꿔야 한다. 강의실 중심이 아니라 기업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 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들이 팀을 꾸려 실제 산업 과제를 수행하고, 기업과 공동 연구에 참여하는 구조다. 성과는 논문 수가 아니라 채용률, 재직 유지율, 프로젝트가 기업 매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에는 실습 장비·운영비를, 기업에는 교육 기회비용을 보전하고, 조달 가점 같은 실질적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셋째, 장기 현장실습이 가능한 환경을 갖춰야 한다. 산학캠퍼스를 광역철도와 연계하고, 실습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기숙사나 야간 실험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과 산업현장이 같은 시간표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경기도는 반도체 클러스터, 팹리스·AI 생태계, RISE 체계까지 세 축을 갖췄다. 제도·투자·수요가 동시에 움직일 드문 기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설계가 아닌 실행이다. 현장으로 이어지느냐, 머물러 있느냐가 성공을 가른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