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시위 상처 넘은 동덕여대…남녀공학 전환, '민주적 타운홀 실험'으로 푼다”

22일 타운홀 미팅이 열리는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앞에 남녀공학반대 시위 당시 칠했던 라커의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22일 타운홀 미팅이 열리는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앞에 남녀공학반대 시위 당시 칠했던 라커의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포함한 학교 발전 방향을 두고 구성원과 함께 논의하는 '민주적 실험'에 나서 주목된다.

동덕여대는 지난 7월 출범한 '공학전환 공론화위원회' 주최로 학생·교수·직원·동문 등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민주적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2일 1차 미팅을 했고, 오는 24일 두 번째 미팅이 예정돼 있다.

논의의 핵심 쟁점은 남녀공학 전환이다. 라커 철거, 기물 파손 등 과거 갈등 사안도 다뤄질 예정이지만, 개별 책임을 따지기보다 종합적 해결 방안에 초점을 맞춘다. 대학 내 갈등 현안을 광범위한 참여로 풀어가는 방식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명대도 과거 공학 전환 과정에서 소통과 합의 절차를 시도했지만, 설명회나 약식 토론회 수준에 그쳤다.

이런 절차적 배경에는 지난해 남녀공학반대 시위, 라커 철거, 기물 파손 등으로 실추된 학교 이미지를 회복하고 신뢰를 되찾으려는 공감대가 깔려있다. 학교 측은 갈등 조정 경험이 있는 전문가인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도 배석시켜 회의를 진행 중이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과거처럼 시위나 폭력 사태로 시끄러울 거라 우려했지만, 실제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결과 자체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이 진솔하게 이야기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단순한 설명회가 아니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결론을 찾는 과정”이라며 “과거의 상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절차를 단단히 설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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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홀 미팅의 또 다른 배경은 48명의 숙의기구 참여단이 4~5차례 심층 토론을 거쳐 도출한 쟁점과 논의 사항을 학내 전체로 확산하고, 추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다.

신기현 동덕여대 공론화위원장은 “48명이 경험한 숙의 과정을 더 많은 구성원과 공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이번 타운홀 미팅을 마련했다”며 “총 440여 명이 참여해 학교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고 발전 방향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공론화위원회는 11월경 논의 결과를 정리한 권고문을 학교에 제출한다. 다만 권고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대학 측은 구성원 간 공감대 형성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남녀공학 전환에 대학이 공식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공이 위원회로 넘어간 상태고, 최종 권고문이 학교에 전달되면 이를 참고해 결론이 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