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HBM 시장 2위 등극…2분기 연속 삼성 추월

마이크론 HBM4. 내년 2분기(4~6월)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마이크론 HBM4. 내년 2분기(4~6월)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HBM 시장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량을 큰 폭으로 늘린 결과다. 마이크론은 고객사가 요구하는 차세대 HBM4 성능도 확보했다며 내년 2분기부터 본격 양산을 예고했다. HBM 시장 복병으로 거론되던 마이크론의 기세가 매섭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SK 하이닉스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 순으로 분석됐다. 1분기(마이크론 18%, 삼성전자 16%)에 이어 2분기에도 삼성전자를 앞선 것으로, 2분기 들어서는 격차를 더 벌렸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도 23일(현지시간) 가진 2025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발표회에서 HBM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20%대의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메흐로트라 CEO는 “HBM 시장 점유율은 3분기(6~9월) 추가 성장해 D램 점유율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한다”며 “점유율은 내년에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급한 D램 점유율 수준은 20% 초중반대를 의미한다.

마이크론의 지난해 연간 점유율은 8%로 알려졌다. 올해 점유율이 급증한 건 SK하이닉스에 이어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두 번째로 공급한 것이 결정적 배경으로 풀이된다. 경쟁사 대비 30%가량 낮은 전력효율을 앞세워 출하량을 늘린 결과다.

마이크론은 내년 HBM 사업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회사는 최근 고객사 요구 성능에 부합하는 초당 2.8테라바이트(TB/s)의 대역폭과 초당 11기가비트(Gbps)를 초과하는 HBM4 12단 샘플을 출하했다고 전했다. HBM4은 내년 2분기에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메흐로트라 CEO는 “HBM 고객은 6개사로 늘어난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고객과 내년 HBM3E 공급 물량·가격 합의를 완료했고, HBM4를 포함한 HBM 전체 계약도 수개월 내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내년 180억 달러(약 25조원) 규모 설비투자액(Capex)도 D램에 집중하기로 했다. 최첨단 공정이 적용된 1감마(1γ·1c급) D램 생산 비중을 확대한다. 최근 일본 D램 공장에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1대를 도입하며 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HBM을 비롯한 데이터센터용 D램 대응을 위해서다.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매출이 374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는데, 이중 HBM을 비롯한 서버용 D램 합산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100억 달러(약 13조9540억원)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낸드 시장에서는 철수를 공식화했다. 데이터센터용 SSD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모바일 낸드는 가격 경쟁이 치열한 반면, 데이터센터 SSD는 AI 영향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내년 HBM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이 2위로 올라선 가운데 삼성전자도 반전을 꾀하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고객사 품질 평가를 순차적으로 통과할 경우 내년 점유율이 3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도 발 빠르게 HBM4 양산 체제를 갖추며 점유율 수성에 나선 상황이다.

한편, 마이크론 2025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113억1500만 달러(약 15조7889억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HBM 매출은 20억 달러(약 2조7908억원)로 집계됐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