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민간 학회, 군 기관 등에서 주최하는 전파통신 관련 기술, 정책을 소개하는 다양한 워크숍을 참관하다 보면 발표 서두에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의 미래는 지상 무선통신 서비스 영역을 넘어 하늘을 거쳐 우주의 저궤도 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선기기들이 상호 연결돼 정보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다계층·다영역 시대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또 향후 민간의 6G 시대나, 군의 첨단 무기체계 확대 등에 있어 주파수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 적용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파수는 민·군의 다계층·다영역에서 이용되고 있는 지상의 5G 및 무기체계, 사물인터넷, 공중의 드론, 우주의 위성통신에 이르기까지 등 수많은 형태와 수요를 가지는 다양한 종류의 무선기기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받고 원활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자원이다.
특히 최근 사회 전 분야에서의 절대적 트렌드인 AI는 결과의 정확성 확보를 위해 다량의 데이터 학습이 요구된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AI전환(AX) 시대의 무선통신 환경에서 AI가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획득하기 위해서는 주파수의 원활한 공급은 필수 불가결 요소다.
미래 AX 시대로의 전환은 민과 군 모두에 있어 주파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이므로 민간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경쟁력 확보와 함께 주파수를 이용하는 군 무기체계의 지속 가능한 안정적 운용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백악관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국가 스펙트럼 전략 등을 수립해, 민간의 5G 및 미래 6G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가 리더십 유지, 군의 국가 안보의 중요성과의 균형을 위해 정책적, 기술적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한 주요 사례로 3.55~3.7GHz 대역의 CBRS 도입과 함께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 제정을 통해 진행 중인 3.1~3.45GHz 대역에서 민군 주파수 공동사용을 위한 EMBRSS 연구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최근 민군 주파수 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미국방부(DoD)와 더불어 공공 주파수 관리 기관인 전기통신정보청(NTIA)와 상업용 주파수 관리 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상호 협력하는 범정부적 협력체계를 마련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2020년 2월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의 '주파수 이용 효율화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주파수 협력을 공식화한 바 있으며, 이후 군과 민간 관련 산하 기관 등과의 업무협약 체결 및 산학연관 간의 교류와 협력의 장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군은 국가 안보를 위해, 민은 산업적 측면에서의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주파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 및 서로 갈등해 온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는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에서도 신규 주파수 할당 등을 추진하는데 있어, 선호 주파수 대역 선점을 위해 민간 및 군 관련 정부 부처, 미의회, 통신사 등 산업체 간의 치열한 논쟁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국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AX 시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전파 자원인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민군 협력은 필수적이다. 민과 군이 상호의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을 위해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당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주파수는 민과 군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필요한 마중물임과 동시에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소중한 국가 자원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민과 군이 주파수라는 한정된 전파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유의미한 협력을 지속할 수 있다면, 미래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최주평 스펙트럼인사이트연구소 대표·한국전자파학회 CR/SDR 연구회 부위원장 jpchoi@specin.re.kr